반갑지 않은 손님과 또 한 번의 조직 검사
PET-CT라는 검사가 있다. 이 검사는 우리 몸에 방사선 동위원소 물질을 주입해 한 시간가량 온몸 곳곳에 퍼지도록 대기하다가 CT 검사기에 누워 전신 중 어디에 암이 분포가 많이 되어 있고 어떤 양상을 보이며 퍼져 있는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하는 검사이다.
그걸 알아볼 수 있는 이유는 암에 방사선 동위원소가 달라붙어 기기가 그걸 인식하므로 확실하고 뚜렷하게 볼 수 있는 것이다. 암환자라면 이 검사를 아마 다 받았을 정도로 아주 기본 중의 기본 검사이다. 가퇴원 후 5일 후 PET-CT 검사를 받으러 오라 해서 가서 검사도 받을 겸 외래 진료도 봐서 주치의 선생님에게 조직 검사 결과도 나왔는지 물어보려 했었다.
PET-CT 검사는 늦은 오후에 있었으므로 우린 외래 진료부터 보기로 했다. 그래서 진료를 잡고 기다렸다가 들어가서 조직 검사 결과를 물어봤는데 아니 글쎄 조직 검사 결과가 잘 안 됐다는 것이다. 조직 검사가 너무 일찍 끝난 느낌이 있긴 있었는데 그 때문인 건지 결과를 확인할만한 확실한 종양이 아니었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확실한 건 결과가 정확히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림프암 이긴 한데 림프암도 그 종류가 다시 세분화 돼서 정확히 알아봐야 한다며 다시 또 그 검사를 하고 기다려야 한다는 게 짜증이 났지만 어쩌겠는가 임상병리사 분들과 의료진들은 최선을 다했을 텐데.. 결국 2차 조직 검사를 예약하고 우린 PET-CT검사를 받으러 지하 1층 핵의학과로 내려갔다.
그런데 대기 중 반갑지 않은 손님이 찾아왔다..
어제 7일 오전부터 몸이 점점 힘들어지고 갑자기 컨디션이 확 떨어졌었다. 아픈 등 쪽 혹이랑 오른쪽 어깨 부분 말고는 분명 힘은 잘 들어가고 감각도 괜찮았던 하복부 부분과 하반신이 힘이 아예 안 들어가면서 저릿저릿하더니 감각도 떨어지고 축 처지는 것이다.
맨 처음엔 아파서 누워만 있으니 혈액 순환이 안 돼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이젠 혼자서 일어나지도 못하고 복부에 힘이 들어가질 못하니 자꾸 복근이 힘을 잃어 앞으로 고꾸라지면서 숨이 막히게 된 것이다.
응급실을 가야 하나 하다가 조금씩 괜찮아지는 거 같아 간신히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 날 PET-CT 검사를 하러 병원에 가서 외래 진료를 막 끝내고 와서 대기를 하던 지금 결국 일이 터졌다. 손톱이 정말 새까매지더니 혈액 순환이 안 되어 얼굴이 창백해지고 숨을 헉헉댈 정도로 몰아 쉬었다. PET-CT 검사실 담당 직원이 내 상태를 보더니 이 상태로는 검사가 중요한 게 아니라 빨리 응급실로 가 진정을 시켜야 한다며 서둘러 응급실에 호출을 하더니 놀라서 우는 어머니에게 걱정 말라고 안심시키며 어머니에게 휠체어를 가져와서 응급실로 가라고 말씀하셨다.
어머니가 휠체어를 가지러 간 사이 그 직원 분은 연신 내 손을 주무르면서 걱정 말라고 곧 괜찮아질 거라 말하면서 상체를 일으켜 세워주고 계속 옆에 계셔주셨다. 나이가 조금은 있는 분이셨는데 나를 잡아주신 그 손이 너무나도 따뜻하고 안심이 됐었다. 누군가가 힘들어할 때 거창한 무엇보다 그저 내 옆에서 작은 손길 하나가 정말 큰 위안이 된다는 걸 그때 살면서 지겹도록 봐온 표현된 문장으로 말고 몸소 알게 됐다.
이윽고 휠체어를 가지고 오신 어머니가 직원 분의 도움으로 나를 휠체어로 옮기고 바로 1층 응급실로 올라가서 접수를 하고 응급실에 입원했다. 응급실 담당의가 와서 몇 가지 질문을 하고 촉진을 하며 상태를 살피더니 많이 심각해 보인다며 일단 담당 주치의와 상담 후 스테로이드로 증상을 완화하자고 하고 응급실에 대기하라고 했다.
숨을 헐떡이며 발작 증세를 일으키는 나를 보며 어머니는 울면서 괜찮다고 연신 말씀하셨고 그 와중에 난 어머니가 우는 모습이 싫고 걱정을 끼치기 싫어서 괜찮다며 힘들어 보이지 않게 하려 온 힘을 다했다. 하지만 너무 힘이 들어 고개가 가늠조차 안 되어 왼쪽으로 떨어졌다 오른쪽으로 떨어졌다 하면서 주변이 보였는데 하나같이 다 핏기 없이 허공만 바라보는 환자들로 가득했다.
오히려 응급실은 다 죽은 사람처럼 너무나 조용했다... 너무 무서웠다 나도 여기서 심각해지면 정말 죽어서 다신 소중한 사람들 곁으로 돌아오지 못할 거 같다는 생각으로 자꾸만 내 머릿속을 채웠다. 눈물이 흐를 거 같았지만 꾹 참았다 모르겠다 왠지 울면 정말 죽을 거 같단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어머니가 힘들어서 울고 있는 앞에서 울 자신이 없었다..
얼마 안 있다 다시 담당의가 오더니 주치의와 상담을 했는데 조직 검사 결과도 안 나오고 중요한 PET-CT도 못 찍고 진전이 하나도 되고 있지 않으니 상태가 이래도 빨리 PET-CT부터 찍고 스테로이드로 증상 완화를 해야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기진맥진한 상태로 몇 시간을 대기해야 했다.
그래서 응급실 침대째로 PET-CT 검사를 하는 핵의학과에서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천장에 있는 등에 벚꽃과 싱그러운 잎사귀들이 어우러져 있는 하늘 배경이 보였다. 그 순간 정말 주변은 흐릿해져 가고 사람들의 말소리 발소리가 안 들리더니 그 하늘만 보이는데 정말 눈물이 저절로 주르륵 흘렀다. 내가 왜 여기에 이렇게 쓰러져 있는지 이해가 안 갔고 너무나도 살고 싶었다..
내 두 발로 다시 나가서 저 풍경을 직접 가리키며 볼 수 없을 거 같다는 절망감과 상실감에 너무나 무서웠다. 내가 소리 죽여 울고 있는 걸 본 어머니는 오시더니 손을 잡고 울지 말라고 괜찮아질 거라며 눈물을 닦아주셨다.
그렇게 PET-CT를 간신히 찍고 스테로이드를 처방받았다. 그제야 증상이 좀 나아지더니 너무 땀을 많이 흘리고 지쳐서 그대로 응급실에 쓰러져 잠들어버렸다.
눈을 떠보니 한 시간쯤 지나 있었고 증상은 완화가 되어 일반 병실로 옮겨지게 될 거라며 5층으로 옮겨졌다. 거기서 일단 대기하다가 혈액암 환자들만 모여 있는 10층으로 다시 가게 될 거라 했다. 어머니는 내가 다시 잠든 걸 확인하신 후 집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챙기러 집으로 가셨다.
아버지는 소방관이신데 창고에 크게 불이 나 열몇 시간 동안 화재 진압을 지휘하고 정리하시느라 내 상태를 뒤늦게 알고 밤에 찾아오셔서 내 얼굴을 한 번 보시고는 우시며 괜찮다고 하셨다. 그렇게 5층에서의 입원 생활을 위해 나도 마음을 다잡고 물건을 정리하던 중 주치의 선생님이 오셔서 내일은 한글날로 빨간 날이라 어렵고 빠르면 그다음 날 늦으면 다음 주 월요일 바로 골수 채취와 2차 조직 검사를 할 거라며 걱정 말라고 하시고 가셨다.
그렇게 빨간 날을 보내고 정말 운이 좋게 바로 그다음 날 골수 채취와 2차 조직 검사를 동시에 받게 됐다. 의식 있는 검사 중에 제일 악명 높은 검사가 골수 채취라고 해서 정말 많이 긴장하고 두려웠는데 의료진들의 능숙한 기술 덕에 큰 고통 없이 무사히 잘 진행됐다 물론 2차 조직 검사도 잘 진행이 됐다. 다만 이번엔 바늘생검이 아닌 총 조직검사라고 또 다른 말로는 중심침생검으로 총처럼 쏴서 종양에 바늘이 박혀 있는 걸 빼는 조직 검산데 정확성도 좋고 무엇보다 많은 조직을 확보할 수 있으므로 확실하다는 것이다.
나는 조직 검사가 2차인 데다 조직을 빨리 확실히 파악을 해야 어떤 종류의 림프암인지 알 수 있기에 적절한 검사라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의 반갑지 않은 손님과 골수 채취와 2차 조직 검사를 맞이한 하루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