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당연하게도 부모로부터 탄생한다.
우리는 탯줄을 달고 나와 세상의 첫 공기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우렁찬 울음으로 나를 알린다.
그때 부모들은 우리 몸의 끝을 본다.
손 끝, 발 끝.
손가락과 발가락 개수가 정상인지 각 몸의 말단이
잘 형성이 됐는지 아주 꼼꼼히 적극적으로
우리 몸의 끝을 본다.
영아기를 지나 유아기 때가 되면 우리는 유치원을 가서
처음으로 사회화를 경험한다.
그때 부모들은 우리가 보낸 하루의 끝을 본다.
친구들과 잘 지냈는지, 점심은 잘 먹었는지,
낮잠은 잘 잤는지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우리가 보낸 하루의 끝을 살핀다.
유아기를 지나 청소년기가 되면 우리는 신체와 마음의
성장을 겪으며 학교를 다닌다.
그때 부모들은 우리가 보낸 하루 끝 기분을 살펴본다.
사춘기를 맞이해 혹시라도 엇나가지 않게 조심하며,
남들은 가진 걸 못 가져 소외된 느낌을 가지지 않게
우리가 보낸 하루 끝의 기분을 살핀다.
청소년기를 지나 성인이 되면 우리는 사회로 발걸음을 내딛는다.
그때 부모들은 우리 인생의 끝을 본다.
그저 평범한 직장에 들어가 일을 하다,
좋은 사람을 만나 행복하게 지내다,
아프지 않게 평범하게 죽길 바라며
우리 인생의 끝까지도 내다보신다.
암에 걸려 죽을 고비를 겪으니 부모님은 이젠 매일
내 몸•내 하루•내 기분•내 앞으로의 인생의
끄트머리를 보시며 걱정하신다.
우리가 살아가며 마주할 새로운 시작은
남들이 알아봐 주고 관심을 가지며 응원해 줄진 몰라도
진득하게 끝까지 남아 나의 끝을 지켜보는 사람은 없다.
부모는 늘 그런 우리의 외로운 끝을 본다.
언제나 그래왔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