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 3차 (2) - 부작용
당초 1차 때와 똑같은 항암 치료 과정이라면 오늘
(25일) 끝났을 거다.
근데 알고 봤더니 R-hyper CVAD 치료 과정은 원래 좀 더 길다는 것이다.
그래서 복용량이 더 커져서 빈크리스틴과 독소루비신을 1차 때는 1시간 이내로 맞았지만 24시간 내내 맞고
한 주 더 추가가 되면서 빈크리스틴 항암제를 또 맞게 되는 것이다.
확실히 항암제 복용량이 증가하니 부작용이 심해졌다.
위장벽이 약해질 대로 약해져 조금이라도 음식물이
들어가면 쓰라리고 부글부글 끓었다.
구토 증세가 처음 보는 수준이었는데 너무 심해서
밥그릇을 여는 소리만 들어도 헛구역질이 들었고
뒷머리가 딴딴해지면서 혈액순환이 안 됐다..
위장 운동이 거의 '0'으로 수렴해 소화가 아예 안 되니
음식물의 썩은 내가 쉽게 올라왔다.
그로 인해 구내염 비슷한 증세도 심해졌고 입안 상태도 많이 안 좋아졌다.
살면서 이렇게 입원을 길게 한 적이 없었다.
그러면서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는데 뭐 그다지 놀랄
것도 신기할 것도 없는 사실이긴 하다.
하지만 우리의 인생의 모습과도 많이 흡사하다.
그게 뭐냐면..
아플수록 귀찮을수록 더 씻고 움직여야 몸은 편해진다.
씻기 귀찮아 멀리하게 되는 순간 구내염은 심해지고
적당히 따뜻한 수온은 혈액순환을 돕는데 씻지를 않으면 근육은 긴장하고 몸은 굳어 각 장기의 운동을 돕지 못해 소화가 잘 되지 않아 의식은 떨어지고 컨디션은
난조가 된다.
우리 인생도 똑같지 않은가 한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는 순간 하루 전의 일을
마치기도 힘들어 일이 밀리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오늘 씻고 운동을 하면서 움직여야 몸이 낫기 위한
최적의 몸으로 유지가 되듯 우리가 할 일을 미루지
않고 해내야 내일의 일이 순리에 맞게 이뤄진다.
머리가 극심하게 지끈거리고 위장 운동이 안 되어 배는 딴딴하여 먹은 게 올라와 신물이 나더라도 기어코
씻고 움직이니 어느 정도 편안해졌다.
하지만 잠시였을 뿐 다시 속은 부대끼고 두통과 구역질은 장단을 맞추면서 나를 괴롭혔다.
항암 하시는 분들이 몸 상태가 다시 나빠져 들어오셨을 때 뭐로 가장 고통을 받으시냐면 바로 신장 기능 저하로 인한 합병증이다.
신장은 우리의 피 속에서 노폐물을 걸러줘 오줌으로
내보내주는 기관이다. 즉, 하수구 역할인 것이다.
이 하수구가 기능을 못해 막힌다고 생각해 보자
그야말로 재앙이다.
신장은 항암제도 걸러준다.
그 원리는 항암제의 독한 약 성분으로 우리 몸에서
필요 이상으로 쓰이는 약 성분도 걸러주기 때문에
그 독한 항암제를 일부 걸러주는 것이다.
근데 이걸 오로지 신장의 힘만으로 걸러주자니 힘이
부치는 것이다.
그래서 물을 많이 섭취해주어야 한다. 수분을 많게
하여 신장이 일을 할 때 쓰이는 수분을 더 공급하여
보다 더 원활하게 오줌으로 배출시킬 수 있게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다.
이 또한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다. 귀찮지만 꾸준히
해야 하는 수분 섭취도 결국 몸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다.
건강을 챙긴답시고 우린 다이어트를 하고 건강식 혹은 건강 보조식품을 부랴부랴 주문하여 먹는다.
그러고 한 달 후 집의 팬트리나 빈 바구니에 고스란히 쌓여 있는 걸 볼 수 있다.
중요한 건 꾸준함이다.
내가 건강을 잃었다는 건 운동 부족이 아닌 균형 잡힌 생활. 즉, 바른 식습관과 운동의 꾸준한 반복 시행이
부족했던 게 아닐까 한다.
건강을 놓치고선 새로이 알게 된 게 너무나 많다.
스무 살 후반대 나이에 접해 들며 알만큼은 알고 모르는 만큼은 더 알아가고 이해할 수 있는 나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모든 걸 알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으며 스스로 깨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고작 내 일상도 지키지 못해 지금 나는 이런 글을 쓰고 있다.
뒤늦게 알았으면 부지런히 반성하면 된다고는 하지만 그동안 삶에 있었던 놓침 중 이번 놓침만큼은 꽤
쓰린 건 사실이다..
늘 강하게 마음을 먹지만 이번처럼 부작용이 심하게
나타나기라도 하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무너진다.
이토록 나약한 사람이란 걸 간과한 채 살아온 나 자신이 참으로 낯설고 부끄러워진다.
늘 되도록 긍정적인 말로 마무리를 짓던 투병기이지만
오늘만큼은 타자기에 손이 여리게만 향한다..
다음 글은 좀 더 단단해진 내가 글을 마무리를 짓고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