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림프암 투병기

항암 3차 (1) - 생일이 2번인 사람

by Vita

오랜만에 글을 쓰는 거 같다.

아니지. 정확히는 투병기에 대한 글을 오랜만에 쓰는 거 같다.

2차는 했는지도 모를 정도로 다행히 아주 수월하게

지나갔다.


버킷림프종은 2개의 치료법을 번갈아 진행한다.

보통은 R CHOP을 이용하는데 나는 암이 공격성이

너무 심해서 한시가 급해

다소 강하고 많은 양의 항암이 투여되는

R-hyper CVADR-HD MTX-Ara C 치료법을 사용했다.

3차 항암이라 R-hyper CVAD 차례가 왔다.

이 치료법의 과정은 전에 쓴 투병기에 자세히 써서

이번엔 항암제만 쓰겠다.

1. 리툭시맙(표적치료제)

2. 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

3. 빈크리스틴

4. 독소루비신

5. 덱사메타손

이렇게 총 5개로 이루어져 있다.

손과 발의 저림을 유발하는 빈크리스틴의 부작용이

이제야 나타나는지 물체를 집기도 힘들 정도로 저리고 열감이 있으며 아프다.

그래서 '리리카'라는 약을 처방해 달라 해서 복용했더니 조금 나아졌다.

다른 분들은 효과가 더 있었다고 하니 빈크리스틴으로 항암 하시는 분들은

리리카를 처방해 달라고 하는 것도 좋을 거 같다.


입원을 하여 리툭시맙을 맞고 이어서 항암을 진행하려 하는데 설사 이벤트로

대변 검사를 하였더니 장염을 유발하는 바이러스 하나가 검출됐다.

이어 장염 판정도 받았고 이 바이러스가 감염도 일으킨다고 하여 결국

집으로 유배를(?) 가는 걸로 결정이 돼서 다시 짐을

싸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서의 10일간 휴식을 얻어 이 글을 집에서 쓰고

있는 중이다.


이번 3차 항암은 설사 이벤트로 인해 집에서 10일간

쉬는 거까지 합치니 꽤 오랫동안 쉬다가 항암을 하는 거 같다.

그도 그럴게 3주에서 10일을 합치면 한 달이니 꽤 오래 쉰 게 맞긴 하다.

왜냐하면 보통은 2주 정도만 집에서 휴식기를 가지고 입원한다.

근데 연말과 신년이 껴 있어서 선생님이 편의를

봐주셨다. 그래서 총 3주의 휴식기를 얻었었다.

그 사이 연말을 가족과 집에서 보내고 새해도 집에서 보낼 수 있었고, 생일도 미리 보낼 수 있었다.

케이크를 사서 초를 꽂고 축하를 했다.

작년 생일과 다를 게 없어 보이겠지만

항암으로 인해 민머리인 내가 두 손을 모아

간절히 우리 가족과 나의 건강을 빈 모습과 소원의 크기만은 달랐다.


3차 항암을 위해 입원을 하자마자 중간 검사를 위해

전신 CT를 찍었다.

결과를 듣기 전에 암이 얼마나 없어졌는지 비교를

할 수 있게 처음 병원에 입원했을 때 암이 얼마나 퍼져 있나

그 정도를 알 수 있는 PET-CT를 찍었던 결과를 보여주셨다.

그 당시 나는 사경을 헤매고 있어서 병실에 누워 있을 수밖에 없어서 부모님만 보셨었다.

선생님이 따라오라 하셔서 따라가서 찍었던 촬영물을 처음 보는데 정말 놀랐다.

촬영물에는 암이 검은색으로 보인다 근데 상체엔

검은색으로 가득 차 있었다.. 정말 가득 차 있었다..

두개골, 비강, 턱뼈, 잇몸, 어깨뼈, 쇄골, 날개뼈, 갈비뼈, 횡격막, 종격동, 하복부, 손가락, 대퇴골 등등 검은색이 없는 상체 뼈가 없었다..


지금은 중간 검사 결과를 보지 않고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호전 됐다.

몸이 괜찮은데도 처음 찍었던 촬영물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너무나 안 좋았고 착잡했다.

저러니 사경을 헤매고 고통으로 매일 몸부림을 쳤었겠다 싶었다..

이윽고 이번에 찍은 중간 검사 촬영물을 보여주셨는데 더 놀랐다.

대부분이 하얗고 깨끗했다. 중간중간 조그맣게 검은색이 보이긴 했지만 큰 덩어리들은 죄다 없어졌다.

눈물이 나올뻔했다.

나도 모르게 입술 사이로 "감사합니다.."가 나왔다.

선생님은 많이 없어졌다며 앞으로도 힘들겠지만 치료를 잘 받자고 하셨다.


처음에 암 판정을 받았을 때가 엊그제 같이 아직 생생한데 벌써 예정된 치료의 거의 절반까지 왔다.

암은 많이 없어졌고 살도 다시 많이 쪘다.

병변이 가장 심했던 오른쪽 어깨는 통증이 거의

없어졌고 가동 범위도 많이 좋아졌다.


나는 생일이 2번이라 생각한다.

숨을 터트리며 세상 밖으로 나온 날 한 번,

암 판정받은 날 두 번이다.

판정받은 날을 생일이라 생각한 이유는

삶의 소중함을 진정으로 알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다시 태어난 기분이고 내 삶이 진심으로 소중해졌다.


난 건강을 잃은 사람이다. 즉, 전부를 잃은 사람이다.

하지만 다시 천천히 되찾는 중이다.

느리지만 다시 건강을 되찾아 일상을 살아가며

꿈꿨던 일을 준비하여 이루고 다른 이들을 도우며

살아가고 싶다.


무엇보다 생일이 2번이어서 케이크를 2번이나

먹을 수 있는 삶을 어떻게 포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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