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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림프암 투병기

부작용에 관한 이야기 (1)

by Vita

예정된 항암이 다 끝나면 끝인 줄 알았다.

나의 큰 착각이었다.

부작용으로 단순 찌릿한 줄 알았던 통증은 그냥 죽어도 좋을 거 같다는 생각까지 쉬이 하게 만들었다.

진짜 시작은 항암이 끝난 후의 부작용과의 싸움이라던데 정말 맞는 말 같다..


항암 부작용으로 흔히 나타나는 건 신경통이다.

그 외로는 구토나 시야 흐림이나 피부염이나 관절통 등등이다.

신경통은 위에 나열된 증상들을 완화시켜 주는 약이 있는 것과 달리 제대로 갖춰진 게 없을뿐더러 있더라도 그 효과가 미미하여 말 그대로 버티며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다.

근데 그 고통의 크기가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하고 최소 6개월에서 최대 1년 아니면 평생을 간다니 그 불확실함에 공포와 절망에 잠식된다.


신경통은 보통 손•발로 많이들 오고 혹은 허벅지나 종아리 혹은 팔로 온다고 한다.

하지만 난 아주 희한하게도 오른쪽 목 뒤로 왔다.

관련 정보를 찾아보려 해도 부위조차 달라 비슷한 케이스를 찾기도 힘들고 관련 약을 찾기도 힘들다.

지난번 아파서 가서 시술받았던 것도 다 말짱 도루묵이었다. 약과 시술마저도 효과가 없는 끔찍한 고통은 말 그대로 나를 지옥으로 인도했다.


통증의학과 교수는 CT 검사로는 내가 신경이 지나는 길이 선천적으로 좁게 태어나 항암 부작용으로 인해 붓고 손상된 신경이 닿아서 아픈 거라고는 했지만 그도 자신 있게 말을 하는 모양새는 아니었다.

그 원인이 뭐든 간에 지금 난 죽고 싶을 정도로 큰 작열통과 열감 찌릿함과 베이는 통증에 죽고 싶다는 거다.


그제 새벽 3시.

또 시작된 통증이 잠과 평온을 앗아가고, 극심한 고통으로 인한 비명은 가족들이 걱정할까 수건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4시간을 보냈다..

너무 아프고 힘들어 침대 끝에 기대앉아 숨을 헐떡이다 열린 창을 보는데 나도 모르게 저기로 떨어지면 고통을 못 느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 흠칫 놀랐다.

울음이 터져서 수건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언제까지 이 부작용과 죽을 거 같은 고통을 겪어야 하는 걸까 싶었다..

귀신에 홀린 듯 거실로 조용히 나가 서랍을 미친 듯이 뒤졌다. 근육 이완제가 이윽고 눈에 들어왔다.

스테로이드를 이미 2시간 전에 복용을 했는데 잠재우지 못했기에 속는 셈 치고 먹었다.

하.. 이제야 잠은 잘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렇게 통증은 밤이고 낮이고 나를 갉아먹고 있다.

통증이 심하면 그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게 된다.

그저 들이마시고 내뱉는 숨의 크기와 몸의 자세로 통증을 조금이나마 줄이려 애를 무진장 쓴다.

그저 살고 싶어 몸부림을 친다.

그렇게 나는 시간을 죽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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