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없는 불청객의 재방문(돌아온 암태식)
제목처럼 마지막 6차 항암이 끝난 직후 한 달 새에 불청객이 찾아왔다.
다름 아닌 재발..
처음엔 항암을 6번 해서 기력이 쇠해 면역이 부족해서 목이 붓는 줄 알았다.
며칠 지나면 나을 줄 알았던 목이 슬슬 텐트의 형태를 갖추는 거처럼 부풀어 오르더니 가라앉질 않는 것이다.
기침은 계속 나고 침은 넘어가질 않아 질질 새는 상황이 2주 이상 지속 되서나야 '아 이거 병원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마구 솟구쳤다.
미열도 나는 상태로 기진맥진 간신히 외래 진료 간단히 보고 응급실로 밀고 들어갔다.
그때부터 3일 내내 금식을 시키더니 검사의 향연이 시작 됐다.
그전에 집에서 2주 동안 잘 먹지도 잘 자지도 못 한 상태로 몸무게는 5kg나 빠진 상태로 물도 못 마셔서 탈진 상태인데 원인을 찾으려고 수많은 검사를 하려니 너무 고역이었다.
엑스레이, 피검사, CT까지 다 동원해도 안 나와서 결국 암을 다 볼 수 있는 PET-CT를 2주 앞당겨서 찍기로 했다. 그 결과 목 뒤 임파선 쪽부터 날개뼈까지 암 병변이 시커멓게 보였다.
하...
절망적이었다. 항암을 끝낸 지 고작 한 달도 안 돼서 재발이 됐다. 진짜 끝이라고 생각을 했고, 나를 그렇게 괴롭히던 목 신경통도 디스크 시술로 해결을 했는데 이젠 재발이 찾아왔다..
그것도 성대 마비를 동반해서 삼키는 걸 하질 못 해 잘 자지도 못 하고 계속 침을 뱉어내게 하는데 미칠 지경이다.
그렇게 주치의도 내 상태를 정확히 알게 됐고, 입원 절차는 급히 진행되어 응급실에서 병실로 올라왔다.
올라오고 단 하루 만에 선생님은 치료 방법을 정하셨고, 이번에 쓰는 치료법은 기존과 또 다른 방법이라 하셨다. 기존에 썼던 치료가 실패는 아니지만 좀 더 강력한 치료법으로 가야 할 거 같다고 말씀하셨다.
재발이 쉽게 잡히지는 않는다던데 맞는 말이었나 보다..
그렇게 이번에 쓰이는 치료명은 R-IVAM이다.
거창한 건 없다 그냥 쓰이는 항암제의 첫머리 알파벳을 딴 것뿐이다. 기존에 썼던 항암제는 3개고 그 외 2개가 달랐다.
그렇게 병실 올라온 하루 만에 항암을 시작하게 됐다.
그게 그저께 일이다.
솔직히 정신이 없다. 재발은 뭐 꿈에도 생각을 못 했고 입원도 재항암도 그 어느 것 하나 내 계획에 아니 내 생각이라는 틀에 있지도 않던 것들이다.
근데 나는 지금 팔에 다시 주사 바늘을 꽂았고 케모포트에 바늘을 꽂아 항암제와 영양제와 수액을 맞고 있다.
항암이 시작 됐고 지금 3일 차인데 항암이 느낌이란 게 있다. 뭔가 이 약이 잘 들을 거 같고 몸이 나아지고 있다는 걸 느껴야 하는데 이번은 좀 달랐다..
뭔가 묵직하고 꺼림칙하고 답답하고 잘 낫질 못 할 거 같은 그런 무서운 느낌 말이다.
솔직히 이번에 재발 판정받고 나서 무서움을 많이 느꼈다.. 정말 다시 죽음을 가까이서 느끼게 됐고, 항암 불응이라는 무시무시한 경험을 통한 암울함과 절망을 느끼니 무서움은 내 온몸을 타고 서서히 잠식시켰다.
웬만하면 그래도 툭툭 털고 일어나려는 회복 탄력성 나름 좋다고 생각하는 내가 어제 처음으로 간호사 분이 오든 말든 신경을 쓰지 않고 울었다.
정말 죽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한 번 드니깐 뼈가 시릴 정도로 몸이 떨리고 무서웠다.
그 생각은 커튼 하나를 두고 나를 감싸는 창 밖의 따사로운 햇빛조차도 흡수시켜 어둡게 만드는 블랙홀 같은 것이었다.
정말 마지막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니 신변 정리가 떠올랐다. 암환자는 상태가 오늘 괜찮다가도 갑자기 안 좋아져 내 뜻대로 하지 못 하는 경우가 많다.
그때 내가 사랑하거나 아꼈던 주변 사람들에게 말도 남기지 못하고 떠나는 게 후회될까 봐 글을 써서 보내거나 저장했다.
거의 유서 형식의 글이 가니 놀란 친구가 되지도 않는 말 마라며 치료에 전념하라고 다그쳤고, 바쁘던 친구는 밤늦게라도 보러 가겠다고 전화까지 왔다. 그 외에도 많은 위로와 격려를 받았다.
그렇게 마지막 비슷 무리하게 정리도 해보고 위로도 격려도 듬뿍 받으니 정신이 좀 들었다.
그래 6번 항암도 해서 한 번 이겨봤으면 또 해보면 되지. 이대로 무서워서 뒷걸음질 치는 건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걸 해보려고 한다.
스트레칭도 하고 걷고 좋은 것, 행복한 것, 긍정적인 것만 보며 글도 다시 써보며 내일의 해를 기대하는 삶을 살 것이다.
삶은 늘 고통이 수반된다고 했다.
오는 고통을 피할 생각은 없다 이겨낼 거니깐.
이겨내고 다시 살아가면 그뿐이다.
성대 마비도 풀려 음식도 먹고 다시 살 찌우고 재발도 물리칠 것이다.
나는 살 것이다.
나는 살 것이다.
나는 살 것이다.
나는 재발을 이겨낼 것이다.
나는 재발을 이겨낼 것이다.
나는 재발을 이겨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