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차 항암
더운 여름으로 접어드는 지금 확정은 아니지만 마지막 치료인 6차 항암을 하러 입원해 있다.
그 기나긴 항암의 이야기가 정말 마지막 문장까지 왔다.
작년 9월 오른쪽 어깨가 아파 정밀 검사를 받고 암이란 걸 알고 눈물, 콧물 흘리며 질질 짰던 게 엊그제 같다.
솔직히 엊그제는 아니고 지난주 같다. 솔직히 항암이 너무나 힘들어서 엊그제는 아닌 거 같다.
암이 얼마나 퍼져 있는지 알 수 있는 'PET-CT'라는 정밀 검사를 마지막으로 한 게 3달 전이라 정확하진 않아도 그때 당시엔 암이 거의 보이지 않았었어 아마도 지금 마지막 항암을 하고 나서 다시 PET-CT를 찍으면 아예 없지 않을까 한다. 그럼 나는 항암을 종료하고 완전 관해를 얻어 이제 앞으로 추적 관찰로 3달에 한 번씩만 병원에 찾아오면 된다.
하지만, 늘 그렇듯 일이 순조롭게 풀리지만은 않다.
저번 5차 항암이 끝난 직후 목 뒤쪽 오른편이 극심하게 찌릿하고 작열통이 느껴졌다.
그때는 단순 항암 부작용인 줄 알고 알약으로 된 스테로이드를 처방받고 휴식기라 퇴원을 했다.
스테로이드를 먹자마자 잠도 못 잘 정도로 뒤척이던 통증이 아주 말끔히 사라졌었다.
하지만 스테로이드의 부작용을 그땐 몰랐다..
2주 차 정도 되니 '쿠신 증후군'이라고 얼굴이 달덩이처럼 퉁퉁 붓고 배에도 지방이 쌓여 동산만 해졌다. 거기에 뼈도 약해지고 근육도 빠져서 종아리와 허벅지가 거의 팔뚝만 해졌고 소화불량과 변비가 심해졌다.
모든 건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다는 걸 새삼 느꼈다.
그렇게 힘들게 휴식기를 보내다가 중간에 휴식기 중에 이상이 없는지 외래를 보러 가야 해서 가서 이런 증상들을 얘기했더니 스테로이드는 그만 복용하자고 하셔서 중단했다.
중단을 해도 통증이 없어서 다 나았나 싶더니 저번 주에 다시 통증이 시작된 거다. 그래서 시중에 파는 진통제로 버티다가 6차 항암을 받으러 입원해야 해서 입원하러 그저께 병원에 왔다.
오자마자 너무 아프다고 했더니 교수님이 바로 통증의학과에 협진을 요청해 주셨다.
거기 가서 알게 된 사실이 있는데 항암 부작용 때문만은 아니라고 하셨다. 전에 아파서 목을 CT 촬영을 했는데 나는 목 뼈 3번, 4번 쪽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가 선천적으로 좁게 태어났다고 한다.
그래서 항암을 하면 신경이 붓는데 좁은 통로에 자꾸 닿아서 통증이 생기는 거라고 하셨다.
'그럼 어떻게 치료를 할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더니 일단 신경차단술 시술로 몇 번 해 보고 그럼에도 낫질 않으면 절개해서 신경이 지나는 통로를 넓히게 뼈를 조금 깎는 수술이 있다고 하셨다.
수술은 너무 부담스럽다고 했더니 당연히 수술은 지금 권고하지도 않고 최대한 피하는 게 낫다며 신경차단술을 하자고 하셨다. 그렇게 해서 어제 신경차단술을 받았지만 여전히 잠을 제대로 못 잘 정도로 아프다.
수간호사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셨는데 여러 번 받아야 효과가 있고 시간이 좀 지나야 효과를 보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셨다. 그래서 이 글을 쓰는 오늘 담당 선생님께서 회진을 오시면 신경차단술을 한 번 더 받고 다음 주에 항암을 시작할지 아니면 오늘 항암을 시작해서 끝낸 후 차단술을 진행할지 상의를 해봐야겠다.
너무나 아프고 힘들지만 마지막 항암을 앞두고 있고, 곧 병원에 다시 입원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소식을 얻기 위해 이 상황을 잘 다루며 이겨내야겠다.
항암을 하다 보니 늘 하나를 해결하면 다른 문제가 툭! 하고 튀어나왔다. 인생도 그런 거 같다. 늘 무언갈 해결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기고 또 해결하면 또 생기고 그렇게 여러 개의 문을 열면서 지나쳐 오는 거 같다.
예전엔 문을 여는 행위들이 고통스럽고 힘들기만 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그냥 이것도 인생의 일부분이고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 생각하니 마음에 좀 더 여유가 생겼다.
부디 시술도 잘 되고 항암도 잘 마무리해서 '완전 관해'라는 말을 들으며 치료 종결이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