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 항암 - 완료
우선 이 글이 올라왔다는 의미는 번갈아 받는 2가지 치료법 중 힘든 치료법인 R-hyper CVAD 치료법(이 치료법이 궁금하신 치료 예정자 분들이나 그 외 분들은 림프암 투병기 글 모음집 중 '#9'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을 쓰는 홀수 차수의 마지막인 5차까지 완료하였다는 뜻이다..!
스스로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지난해 주치의는 의지를 보이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총 6차 안으로 치료를 끝내자며 살 수 있다고 힘내라고 하셨었다. 그때 당시 솔직히 생과 사를 넘나드는 고통과 상황으로 '6차든 9차든 내가 살 수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게 벌써 7개월 전이다.
치료를 받기가 솔직히 너무 힘들어서 길게 느껴졌는데 또 지나고 보니 참 시간이 빨리 지난 거 같기도 하다.
역시 사람은 지난 일을 미화시키는 힘이 더 강한 거 같다. 솔직히 항암과 암이라는 것을 겪는 것보다는 겪지 않는 편이 더 낫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걸렸으니 의지를 갖고 치료에 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울며 겨자 먹기 마인드가 필요하다.
그 속에서도 행복과 감사함을 느낀 게 많았던 것도 사실이니 잃은 시간만 있었던 건 아니다.
1차와 3차 때 정말 힘들어서 홀수 차수만 생각하면 심히 걱정이 많아서 이번 5차를 받으러 입원하기 전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고용량으로 때려 붓는 항암제는 어김없이 내 입맛을 한약재의 고농축액의 500배 수준으로 만들어 놓아 모든 음식물을 모래알로 만들어 버리고 속은 숙취의 500배 느낌으로 치료 기간 한 달 내내 지속되니 속을 뒤집어 놓는다.
오.. 근데 웬걸.. 이번 5차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꽤 괜찮았다. 오히려 살이 쪄서 퇴원했을 정도로 괜찮았다.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이번 항암 때 같이 병실을 쓰던 룸메 분들이 아주 조용하셨고 무엇보다 병원의 리모델링 공사가 끝나 아주 시끄러웠던 공사 소리를 듣지 않으며 새벽에 푹 자서 그랬던 거 같다.
제 때 잠에 들고 거기다 푹 자니 컨디션 관리가 수월했고 몸이 부작용을 꽤 잘 버텨준 거 같다.
진짜 잠이 중요한 거 같다.
몸이 이제 정말 많이 회복이 됐다고 느껴지는 게 하루 일상을 온전히 지낼 만큼 피로도를 느끼지 못하며 무엇보다 주치의 선생님의 걱정이 덜하게 된 것이 정말 치료가 진전이 많이 됐다고 느껴졌다.
하루하루는 느렸고 견뎌야 할 크기는 컸었다.
일주 이주 삼주는 답답했고 숨 막혔었다.
그런 날과 한 주들이 모여 한 달이 지났고,
한 달이 모여 7개월이 지나 5차 항암까지 완료가 됐다.
내 몸은 가벼워지고 병변으로 인해 쓰지 못했던 오른 팔로 나도 모르게 등이 간지러워 뒤로 접어 긁어 놀랐던 순간이 있을 정도로 회복이 됐다.
하지만 일희일비하지 않으려 한다.
좋은 순간도 순간이다.
나쁜 순간도 순간이다.
나는 그저 5차까지 잘 완료된 것이고 지금 회복기라 집에 다시 온 것뿐이다.
그저 해야 할 일과 가져야 할 마음이라면 앞으로의 건강 관리에 바른 습관을 형성하는 것과 다가올 6차를 위해 잘 쉬는 것이다.
다음 글은 6차 입원을 준비하는 글이 될 거 같다.
그때 동안 이 글을 읽거나 읽게 될 모든 분들의 봄이 더욱더 짙고 아름다우며 희망과 건강으로 가득 찬 봄이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