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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키우기의 달콤한 착각

차이천 바리, 그녀의 색

by Greedy

촉촉한 수태 이불 속에서, 그녀는 첫 잎을 내밀었다.

하얗고 연한 초록빛이 감도는 그녀의 잎은 수줍게 베베 꼬여있었고, 바람에 가냘프게 흔들렸다.

나는 조심스럽게 빛의 강도를 조절했다.

따뜻한 빛이 그녀의 잎을 부드럽게 어루만지자, 그녀는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하얀 잎 사이로 스며드는 홍조.

그 색이 번질수록, 내 안의 욕망도 함께 물들어갔다.


처음엔 부끄러운 듯 조용히 있었다.

그러나 점점 짙어지는 붉은 물결이 그녀의 잎맥을 타고 퍼지자, 마침내 그녀는 자신의 존재를 뽐내기 시작했다.

따뜻한 빛을 탐닉하듯 받아들이며, 그녀는 더욱 깊이 붉게 타올랐다.


온실 안의 공기는 점점 후끈해졌고, 그녀의 색은 농염해졌다.

바람에 살짝 흔들리는 그녀의 잎.

탐스러운 새잎 끝에 맺힌 촉촉한 물방울이, 나도 모르게 손을 뻗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시간을 들여야 했다.

연약한 새잎을 만져보려면 기다려야만 했다.


한 번 그녀의 붉은 잎을 본다면, 결코 벗어날 수 없다.

이미 그녀의 색에 취해버렸다면, 언젠가 방 한쪽, 가장 눈에 띄는 자리에서 유혹하고 있을 것이다.


- 붉은 색감이 진짜 매력적이다라고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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