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촉한 교감, 새로운 생명의 시작
첫 꽃대가 올라왔다.
작고 앙증맞은 꽃대는 약한 바람의 변화에도 예민하게 반응했다.
암꽃에서 촉촉하게 흘러나오는 맑은 액체는, 마치 준비가 되었다는 신호처럼 빛나고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부드러운 붓 끝에 수꽃의 가루를 묻혔다.
처음엔 조심스러웠다.
촉촉해진 암꽃의 표면을 붓 끝으로 부드럽게 어루만지듯 간지럽혔다.
살짝 닿는 것만으로도 암꽃은 반응했다.
미세한 입자들이 암꽃의 뜨거운 살갗 위로 내려앉는 순간, 모든 신경이 붓 끝에 집중되는 것 같았다.
마치 오랫동안 기다려 온 듯, 암꽃의 액과 꽃가루가 섞이며 점점 더 깊숙이 스며들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다시 한 번 손길을 더했다.
부드러운 터치, 점점 더 짙어지는 교감.
반복될수록 붓 끝은 암꽃의 액으로 점점 젖어갔다.
첫 교감이 끝나고, 몇 주가 흘렀다.
암꽃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매끈했던 꽃대에는 어느새 작은 열매들이 맺히고 있었다.
그동안 쏟아온 관심과 애정이 결실을 맺으려 하고 있었다.
나는 오늘 밤도 물을 주며 기대하고 있다.
다음에는 어떤 아름다움을 보여줄지, 내게 어떤 감각을 선사할지.
- 씨앗을 발아시킬 통을 구한다는 핑계로, 자극적인 배달음식을 찾아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