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악마의 속삭임
방 한편에 마련된 촉촉한 온실 속 공간, 그 안에서 작은 악마의 눈이 빛나고 있었다.
속이 비치는 투명한 화분에, 차가운 물을 머금고 있는 붉은 돌, 그 돌을 감싸 안고 있는 하얀 속살은 작은 식물임에도 강한 생명력이 느껴졌다.
마치 증명이라도 하듯 두 장의 초록색잎은 줄기와 맞닿은 잎맥부터 잎 끝까지 수분이 꽉 차있었다.
한편, 한쪽에서는 묘한 느낌의 갈색 잎이 자신을 드러내고 있었다.
제일 어린잎이지만, 마치 이 잎만 태닝을 한 듯, 깊이가 있는 갈색의 색감을 갖고 있었다.
"음... 느낌이, 좋은데?"
나는 손 끝으로 잎을 살짝 흔들었다.
맺혀있던 물방울이 잎맥을 따라 부드럽게 흘러 내려갔다.
이 작은 악마는 자신의 매력을 너무 잘 알고 있는 듯했다.
자신의 갈색 잎은 단순히 색만 갈색이 아니라는 걸, 지금도 제일 큰 잎을 가졌지만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잎맥을 따라 퍼진 무늬는 마치 실핏줄처럼 보이는 오묘한 느낌을 주었다.
"하.. 일부러 이러는 건가?"
갈색의 잎만 잎 끝이 살짝 붉었다.
지금도 수분감이 꽉 차서 빵빵한 잎이, 잎 끝의 붉은 부분 때문인지 금방이라도 터질 것만 같았다.
바람에 위아래로 흔들리는 모습은 관심을 받으려 장난치는 수작처럼 보였다.
나는 한쪽 입꼬리가 올라가는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다가갔다.
"좋아, 어떻게 될지 한번 해보자고."
이 작은 악마는 가만히 물을 받아먹기만 하는 게 아니었다.
나를 시험하고, 유혹하고, 길들이려 하고 있었다.
언젠가 피어날 꽃에서는 어떤 냄새가 날까?
암꽃에서 나오는 끈끈한 점액은 얼마나 나올까?
잎의 무늬와 꽃이 어떻게 만들어질지, 어떤 매력으로 내 마음을 흔들지.
이 작은 악마와의 즐거운 놀이가 내 맘을 설레게 만든다.
- 여름을 대비해 태닝을 해야 하나 고민을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