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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키우기의 달콤한 착각

틈새를 메우다

by Greedy

모든 면이 검은색으로 채워진 어두운 공간.

하얀 천을 통과해 비추는 은은한 불빛이, 물통의 색감을 더욱 붉어 보이게 만들고 있었다.

탄탄하면서도 매끄러운 표면은 무의식 적으로 쓰다듬게 만들었고, 섬섬옥수 같은 가느다란 막대는 시선이 머물게 만들었다.


나는 물통을 관찰하며 약할 것 같은 부분을 찾아나갔다.


"하... 여기 인가...?"


막대와 막대 사이의 작은 틈을 보며 가늘게 눈을 떴다.

나와 물통은 직감했다.

작은 틈에서 물이 한 방울이라도 떨어지는 순간, 그때부터는 걷잡을 수 없이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 될 거라는 걸.

나는 조용히 테프론 테이프를 바라보며 막대의 이음새 부분을 풀어주었다.

물통도 동의를 한 듯 저항 없이 부드럽게 풀어지고 있었다.


약간은 거친 듯하면서도 부드럽게 테프론 테이프를 감아나갔다.

감아주는 횟수가 늘수록 나와 물통의 신뢰감은 더욱 견고해져 갔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야." 나는 테프론 테이프가 다 감긴 이음새를 연결시켜주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 늦은 밤, 물이 세는지는 내일 확인해야겠다고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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