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 중에 떠도는 먼지만 한 것일지라도...
소행성 501호
2021. 0209
‘너 언제부터 있었니?’
‘어제 물 줄 때만 해도 못 봤는데...’
오늘 아침 수련 전에 우연히 발견한 작은 버섯 식구가 생겼다.
원체 식물을 키우는 일에 재능이 없어 물 좋아하는 아이들이나 물 없어도 사는 아이들이나 혹은 물만 채워주면 사는 아이들 정도만 몇 키우고 있는 중인데...
이렇게 척박한 환경에도 뿌리내리고 싶어 찾아오는 손님이 있다니 신기하다.
어린 왕자가 사는 별은 소행성 325호, 326호, 327호, 328호, 329호, 330호에 이웃해 있다길래 나도 구름 요가 501호에 사는 민트색 화분에 뿌리내린 작은 버섯을 위해 행성 이름을 붙여보았다. 소행성 501호다. 버섯은 포자번식을 한다길래 대기를 무한정 떠돌다가 우연히 이 집 창문을 통해 들어온 건 아닐까 생각하여 기분이 붕 뜨는 느낌이 들었는데, 흙 속에 파묻힌 포자 균이 환경이 맞아 자라날 수도 있기에 시기가 되었으니 자랐나 보다 생각할 뿐이게 되었다.
요즘 도전하고 있는 2번째 일에서 작년 여름부터 올 1월까지 시도한 2번의 도전이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마음으로 진정 괜찮다고 위로를 하고 있긴 하지만 막상 결과를 받아본 날에는 좌절감이나 실망감 혹은 ‘재능이 없나.’와 같은 다채로운 부정적인 감정이나 생각들에 순간 휘말릴 때가 문득 있어 조금은 우울하다.
수련을 끝내고 돋아난 버섯을 보는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진정한 재능은 포기할 줄 모르는 게 아닐까.’하는...
요가를 했던 초창기가 생각났다. 그때는 엄청난 재능이 나한테 있는 줄 알고 밀어붙이는 선생님 덕분에 요가 자격증도 따고 계속 수련도 해서 결국엔 나와 요가와 직업을 한데 묶어 놓는 데에 어찌어찌 성공했었다. 하다 보니 재능이 있는 친구들은 세상에 너무나 많고 그런데도 희한하게 좌절은 되는데 포기는 할 수 없더랬다. 차츰차츰 재능이 가진 한계를 모두 소진하고 보니 “계속하고 있는 나”만 남아서 또 계속하고 있는 게 아닌가.
지금은 재능이 있거나 말거나 상관도 없이 수련만 한다. 10년 전에 나는 상상도 못 할 만큼 성장해있기도 하고 말이다. 그리 생각하니 꼴랑 2번 실패해 놓고 재능 운운하는 모습이 참 어린아이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참을 웃는다.
내 2번째 일은 실패를 2번이나 했다.
한번 시도할 때마다 기본으로 1달씩 소요가 되지만 평상시에 에너지를 할애하는 것을 더하면 평균 2달에서 3달이 걸린다.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 매일매일 진척이 없기도 하고 어느 날은 나 몰라라 하고 내팽개쳐 두기도 일쑤다.
2번 실패하고 드는 생각은 순간의 좌절과 다시 해보겠다는 오기가 전부이다.
재능이 없지는 않지만 이곳에도 재능 있는 친구들이 참 많은 것 같다.
진정한 재능은 포기할 줄 모르는 건 아닐까!
2번의 실패든, 100번의 실패든, 1000번의 실패든,
대기 속에 떠돌던 작은 균 하나가 작은 화분에 정착해서 결국엔 뿌리를 내리고 생명을 틔우는 것처럼...
먼지만 한 나의 작은 재능도 지금은 대기 어느 쯤을 떠돌고 있는 건 아닐까!
마음에 맞는 어느 작은 화분으로 자리를 잡고...
우연히 그리고 아주 운 좋게 뿌리를 내리고...
생명을 틔우는 날을 상상한다.
그러기 위해선 일만 번이든 날려봐야 하지 않을까.
꼴랑 2번의 시도와 실패로는 너무 아깝고 내 것이라 그런 건지 막연히 귀해서 먼지 속으로 못 본 채 묻어두는 것이 더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