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등록문화재 20주년 특별전 ‘등록문화재, 광화문에서 보다’
지난 4월 16일,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는 국가등록문화재 20주년 특별전인 ‘등록문화재, 광화문에서 보다’가 개최되었습니다. 앞서 특별전 개최를 맞이하여 국가등록문화재란 무엇인지 소개하는 기사를 작성한 적이 있는데요. 이번에는 직접 특별전에 다녀와 보았습니다.
올해 20주년을 맞이한 국가등록문화재 제도는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사라지거나 훼손 위기에 처한 문화유산을 보호하고자 만들어졌습니다. 개항 이후 만들어진 건축물과 물건 중 형성된 지 50년 이상이 지나고, 역사·예술·사회·학술적으로 보전할 가치가 있는 유산을 대상으로 합니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격변하는 근현대사의 흐름 속에서 전통과 근대를 주도적으로 접합하려 노력한 흔적이 담긴 문화재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전시는 총 4개의 부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먼저 1부는 ‘앎의 체계, 생활을 바꾸다’입니다. 전통시대의 앎은 근대문물을 수용하면서 새롭게 전승되고, 변화하였습니다. 한국인들은 고유의 세계관과 앎의 체계를 서양 근대문물과 지식체계 속에서 이어가며 새로운 생활을 꾸려나갔는데요. 이 전시실에서는 1900년대에 사용된 저울과 추, 최초의 근대식 병원인 제중원에서 발급된 진단서 등 실생활과 관련된 유물들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또한, 체험형 컨텐츠로서 너비아니, 부빔밥, 잡채, 외쇼김치 등 원하는 한식 메뉴를 선택하여 ‘조선요리제법’을 엿볼 수 있답니다.
다음으로 2부 ‘말을 모아 뜻을 통하다’에서는 일제강점기 우리 말을 지키고자 한 노력을 엿볼 수 있는데요. 당시 한국인은 험난한 시대 상황 속에서도 얼을 지키고 뜻을 한데 모으기 위해 한글을 새로운 나랏말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일제강점기 내내 우리말을 모아 사전을 편찬하고, 맞춤법을 정리하려고 노력했는데요. 한글에 기반하여 새로운 점자도 만들어졌답니다. 2부의 도입부에서는 국어학자 이극로가 한글의 역사와 구성, 원리에 대하여 설명하는 구술 녹음도 직접 들어볼 수 있습니다. 또한, 점자로 직접 이름표를 만드는 체험코너도 준비되어 있는데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난이도일 뿐만 아니라, 내 이름이 어떻게 점자로 변환되는지 알아볼 수 있어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
3부 ‘세우고 짓다’에서는 근현대사의 주요 건축물들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특이하게도, 3부에서는 일인 체험용 컨텐츠 형식으로 전시가 진행됩니다. 직접 부스 안에 들어가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음성 설명과 함께 건물들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한 사람씩 입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마치 그 건물에 있는 듯한 느낌을 더욱 강하게 받았습니다. 이 컨텐츠에서는 등록문화제 제16호 광주 전라남도청 구 본관, 제53호 서울 건국대학교 구 서북학회회관, 제246호 인천 선린동 공화춘을 비롯하여 총 여덟 가지 건물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4부는 ‘해방, 새로운 문화를 펼치다’로, 시대의 모습을 반영하는 다양한 문화, 예술 분야의 전시품들을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4부는 손기정 선수가 달리는 모습을 담은 영상으로 시작하는데요. 손기정 선수가 베를린올림픽에서 받은 금메달과 우승 상장도 직접 볼 수 있답니다. 상장에는 손기정 선수가 ‘JAPAN’이라는 글씨를 손보려 했던 흔적이 남아 있어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또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고바우 영감 원화와 해방 이후 제작된 다양한 주제의 영화 포스터들, 한복 고유의 아름다움을 살린 드레스 등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전시실을 나오면 반겨주는 등록문화재가 하나 더 있었는데요. 바로 기아산업의 소형 3륜 트럭 T-600입니다. T-600은 차체가 작아 복잡한 골목길에서의 운행도 편리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는 가족, 연인, 학생 등 다양한 방문객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람객도 볼 수 있었는데요. 그만큼, 전 연령대 모두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는 전시였습니다. 또한, 단순히 일방향적으로 어려운 정보를 제공하는 전시가 아니라, 관람객이 직접 체험하며 배우고 느낄 수 있도록 전시가 조성되어 있어 지루할 틈도 없었습니다. 등록문화제 제도는 개항 이후 만들어진 것들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먼 옛날처럼 느껴지는 과거가 아니라 비교적 가까운 시대의 사람들이 남긴 흔적들을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글·기획 |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한걸음기자단 8기 양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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