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영화제에서 한국영화 수상작들로 살펴보는, 한국 영화사의 흐름
최근 칸영화제에서 고레에데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에 출연한 배우 송강호가 남우주연상을, 박찬욱 감독이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수상했습니다.
칸영화제와 함께 ‘3대 영화제’로 손꼽히는 영화제들이 있는데요. 바로 ‘베를린영화제’와 ‘베네치아영화제’입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3대 영화제에서 수상한 한국영화 작품들을 살펴보며, 한국 영화사의 흐름을 짚어보고자 합니다!
첫 수상작은 바로 강대진 감독의 1961년 작 ‘마부’로, 베를린 영화제에서 특별은곰상을 받았는데요. 아버지의 희생을 이야기하며 대중에게 각인된 작품입니다. 자동차와 말이 공존하고, 신흥 자본가와 교육을 통한 엘리트 계급이 등장하며 일에 짓눌려 살아가는 노동자들이 혼재하던 당시 사회구조를 반영한 수작이었죠.
1987년에는 임권택 감독의 ‘씨받이’로 베네치아 영화제에서 배우 강수연이 여우주연상을 받았습니다. 한국 최초 국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이었는데요. 나아가 해당 영화제에서 아시아 여배우가 주연상을 받은 것 역시 처음이었습니다. 조선 시대 양반집의 씨받이로 팔려간 산골 소녀를 완벽히 연기한 강수연은 당시 21세에 불과했습니다.
다음으로는 시간을 조금 건너 뛰어볼게요. 2002년, 베네치아 영화제에서는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로 이 감독이 은사자상을, 배우 문소리가 신인배우상을 받았는데요. ‘오아시스’는 전과자 청년과 뇌성마비 장애인의 사랑을 그린 멜로 영화로, 보통과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며 한국영화 최초로 세계 3대 영화제에서 2개 부문을 석권하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2004년에는 이번 영화제에서도 감독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습니다. ‘올드보이’는 ‘복수는 나의 것’에 이어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 가운데 두 번째 작품인데요. 해당 작품의 수상은 당시 젊은 감독인 박찬욱 감독뿐만 아니라, 한국영화의 명성을 해외에서 드높이는 데 결정적인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2007년에는 이창동 감독의 ‘밀양’에 출연한 배우 전도연이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습니다. 3대 영화제에서의 연기상 수상은 배우 강수연의 수상 이후 20년 만이었는데요. 이 수상으로 전도연 배우는 ‘칸의 여왕’이라는 호칭을 얻기도 했습니다.
한국 배우가 다시 3대 영화제의 수상자로 호명된 것은 2017년, 홍상수 감독의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 출연한 배우 김민희가 베를린영화제에서 은곰상(여우주연상)을 받으면서였습니다. 이로써 한국영화계는 3대 영화제에서 모두 여우주연상을 한 차례씩 타게 되었죠.
2019년에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습니다. 황금종려상은 칸영화제에서 경쟁 부문 초청작 가운데 최고 작품에 주어지는 상인데요. ‘기생충’은 3대 영화제에는 포함되지 않으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까지 받으며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탄 작품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후에도 2020년과 2021년 두 해 연속 홍상수 감독이 각각 영화 ‘도망친 여자’와 ‘인트로덕션’으로 베를린영화제에서 은곰상을 받았는데요. 이처럼, 한국영화계는 계속해서 전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습니다. 이제 한국영화는 ‘한국영화’라는 사실 자체보다는 작품 그 자체로 온전히 사랑받고 있는 듯한데요. 앞으로도 다양한 작품들이 세상에 알려지고, 인정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글·기획 |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한걸음 기자단 9기 양여진
사진출처 | 본문 이미지 하단 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