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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한민국역사박물관 Jul 21. 2022

오늘날 익숙한 태극기. 언제, 어디서, 왜 만들어 졌나

<조미수교와 태극기> 전시 초청 강연 - 만국기 속의 태극기

치열한 공방이 오고 가는 올림픽 경기를 보고 있다고 생각해봅시다. 과연 우리는 어떻게 경기를 뛰고 있는 선수들의 국적을 알 수 있을까요? 바로 점수기록판이나 경기복 속에 그려진 국기를 통해서입니다. 국기는 올림픽 경기뿐만 아니라 국가기념일, 외교행사, 학교 행사 등 다양한 공식행사에서 사용되며 국민으로서 자부심이나 소속감을 느끼게 합니다. 어릴 적부터 학교에서 태극기를 배워 온 우리에게 태극기는 너무나 당연한 대한민국의 상징물로 받아들여지고는 하지요.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가 익숙한 태극기는 언제 처음 만들어진 것이며, 왜 만들어서 사용하게 되었을까요?





여기에 대한 전시가 5월 13일부터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박물관 1층 로비에서 한미수교 140주년 기념 작은 전시 ‘조미수교와 태극기’를 만나볼 수 있었는데요. 해당 전시는 1882년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로 한국과 미국이 수교를 맺은지 올해로 140주년이 된 것을 기념하고자 기획되었습니다. 이번 전시와 관련하여 5월 13일에는 이태진 서울대 명예교수님이 미 의회도서관에서 조미수호통상조약 당시 고안된 태극기 도안을 찾은 과정과 당시의 역사적 상황에 대해 설명하는 강연회가 있었습니다. 여기에 이어서 지난 7월 1일에는 ‘만국기 속 태극기’를 주제로 한 강연이 열렸는데요. 바로 이 두 번째 강연인 ‘만국기 속 태극기’를 여러분께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그럼 현장 속으로 함께 가보실까요?



강연 중인 목수현 소장님 | 시카고 만국박람회 디너 초청장


이날의 강연자인 목수현 근현대미술연구소 소장님은 1893년 시카고에서 만국박람회가 열렸을 때의 디너 초청장 사진을 소개하며 강연을 시작하셨습니다. 여기에는 여러 국가의 국기와 함께 주최국인 미국의 성조기가 제일 앞에 그려져 있는데요. 여러 국기들 가운데에 태극기의 모습도 보입니다. 무려 1800년대 말에도 태극기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태극기는 언제 만들어져서, 어떻게 미국에 전해지게 되었을까요?

cf. 만국박람회: 세계 여러 나라가 참가하여 각국의 생산품을 합동으로 전시하는 국제 박람회


국기는 근대에 왕조보다 국가의 개념이 강해지면서 서구권에서부터 국민을 통합하기 위해 만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조선도 1875년 운요호 사건으로 빗어진 국기에 대한 시비를 통해 국기를 인식하게 되었고, 1876년 개항을 하면서 외부로부터 국기를 요구받았습니다. 이후 국기를 만들어서 처음 사용한게 바로 미국과의 수교에서였습니다. 조미수교 당시 미국 전권대표였던 슈펠트 해군 제독의 이름에서 유래한 슈펠트 문서에 따르면 1882년 5월 22일 통상조약을 체결하면서 조선과 미국은 서로 국기를 교환했다고 합니다. 슈펠트 문서 속에는 이때 교환한 태극기의 도안이 담겨있는 것이지요. 이 문서는 현재 미국 의회도서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2017년 이태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이곳을 방문하여 슈펠트 문서 속 최초의 태극기 도안을 발견했습니다.


슈펠트 문서 태극기


조미수교 과정에서 교환된 태극기가 미국으로 전해졌다는 사실은 한 책을 통해서 더욱 잘 알 수 있습니다. 1882년 7월 19일 미국 상원은 당시 미 해군부 항해국이 소유한 여러 국가의 국기 도안을 바탕으로 ‘해양 국가의 깃발(Flags of maritime nations)’이라는 책의 5판 인쇄 및 배포를 결정합니다. 당시에는 배에 국기를 꽂아 국적을 표시했고, 이 국기를 통해 배가 입항하려는 국가 측에서 항구로 들어오려는 배가 조약을 체결한 국가의 배인지 파악했다고 합니다. 여러 나라를 오가는 배 중에는 무역에 종사하는 상선이 많았기 때문에 미국, 독일과 같은 국가의 국기는 무역을 하던 배에서 사용하던 상기(商旗)에서 유래하기도 했습니다. 즉, 미 해군부 항해국은 입항하는 배의 국기와 비교할 때 참고할 수 있도록 여러 국가의 국기를 기록해둘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이 책이 인쇄되게 된 것입니다.


해양국가의 깃발(1882) | 해양국가의 깃발(1899)


‘해양 국가의 깃발(1882)’에 수록되어 있는 많은 국기들 중에는 태극기도 있는데요. 이 태극기 도안이 슈펠트 문서 속 태극기 도안과 상당히 유사하기 때문에 이 두 도안 모두 조미수교 조인식 때 고안된 국기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한편 ‘해양 국가의 깃발’은 7년 뒤인 1899년 6판을 배포하였는데, 이곳에도 마찬가지로 태극기 도안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후로는 한일병합이 있던 1910년까지는 이 책의 새로운 개정판이 인쇄 및 배포되지 않았기 때문에 태극기는 ‘해양 국가의 깃발’에 1882년과 1899년에 걸쳐 두 차례만 수록되게 됩니다.



이날 강연은 1800년대 후반에 만들어지고 사용된 다양한 태극기 도안과 사진이 한 장에 담긴 화면과 함께 마무리되었습니다. 외교관들이 외국 공관이나 숙소에 게양했던 태극기부터 외국과의 교섭과정에서 조선이 제시한 태극기까지 화면 속 태극기들은 제각기 모습이 조금씩 달랐습니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가운데에 태극 문양을 배치하고 사괘가 태극 문양을 둘러싸고 있는 형태를 띠고 있었는데요, 이는 당시 조선에서 태극기의 형태에 대한 내용이 어느 정도 공유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합니다.


이렇듯 태극기는 근대 국가의 존재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조선이 세계무대에 발을 딛는 과정을 함께 했습니다. 오늘날 여러분은 태극기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돌아오는 광복절에 거리 곳곳에 걸린 태극기를 보며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글·기획 |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한걸음기자단 9기 이예진

참고자료 |

- 네이버 국어사전 https://ko.dict.naver.com/#/entry/koko/fb5b0b5bc5034b4ea42570b7b8e2b4c8

- 박상현,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가장 오래된 1882년 태극기 도안 공개’, 연합뉴스. 2022.05.11., https://www.yna.co.kr/view/AKR20220511108600005

사진출처 |

-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홈페이지

https://www.much.go.kr/museum/exhibition/exhibitionViewUser.do?exhCode=EXH_0000000161

-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홈페이지

http://www.much.go.kr/cop/bbs/AnyselectBoardArticle.do?bbsId=BBSMSTR_000000000161&nttId=3337&bbsTyCode=BBST03&bbsAttrbCode=BBSA05&pageIndex=1&searchCnd=&searchWrd=

-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홈페이지

http://www.much.go.kr/cop/bbs/AnyselectBoardArticle.do?bbsId=BBSMSTR_000000000161&nttId=3268&bbsTyCode=BBST03&bbsAttrbCode=BBSA05&pageIndex=2&searchCnd=0&searchW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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