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글쓰기 <판매
준비된 좋은 글이 있다면 출판은 글쓰기보단 쉽다.
편집자들 모임을 어느 출판사의 옥상 공간을 빌려서 했다. 그 공간은 누구에게나 대여되는 공간이었다. 옥상으로 가면서 한 편집자가 말했다. 여기 나 다닐 땐 한 층밖에 안 썼는데, 건물을 샀나 보네. 다른 편집자가 말했다. 출판으로 번 돈은 아닐 거야. 출판에서 나온 이익을 종잣돈 삼아 다른 데 투자했을 것이라고.
마진율이 높긴 하지만, 출판은 어마어마한 돈을 가져다주진 못한다고 한다. 그러니 출판으로 돈을 벌어도 그 돈을 출판에만 투자하지는 않는다. 얼른 생각해 봐도 수지 타산이 안 맞는다. 일 년에 12권 책을 내는 출판사에 베스트셀러는 과연 몇 권일까. 1쇄 이상 찍는 책이 몇 권이나 될까.
내가 아는 편집자는 몇 년 전 브런치스토리 대상을 받고 책을 출간했다. 또 아는 출판사에서는 브런치스토리 대상을 통해 한 작가를 발굴했다. 둘 다 1쇄에 그쳤다. 책을 내려면 좋은 원고가 필요한데, 좋은 원고로 출간해도 파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책 내기 어렵다는 건 팔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이런 상황을 알고도 많은 작가와 출판사가 새로 생겨나고 책을 출간하고 버티다 사라진다. 글쓰기와 출판은 그 정도로 매력이 있는 일일까. 더군다나 요즘 같은 '문송의 시대'에!
내가 엄청 부러워하고 좋아하는 작가 요시타케 신스케의 <있으려나 서점>을 보면, 내 책이 이번엔 베스트셀러가 되지 않을까 하고 꿈꾸는 사람 표정이 그려져 있다. 책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은 분명 이 시대에 소수파다. 한 선배가 지하철에서 책을 꺼내 읽다가 주변을 둘러보니 그 칸에 책 들고 있는 사람이 본인뿐이었다는 얘기를 했다. 이 일화가 벌써 십 년 전이다. 만화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에 나오는 인물들처럼 그런 마이너함을 즐기는 이들이 많다. 나중에는 자연인 같은 콘셉트로 방송에 나오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드디어 만난 독서인!!
덧)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 책 제목이 갑자기 생각 안 나서 검색했는데, 작년에 2권도 나왔었네. 오호 읽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