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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낮 Sep 04. 2024

외주 편집자의 두 가지 장면

바람이 살랑 불면 마음도 물컹하더라

외주 편집자의 두 가지 장면

#1

주말에 어린이 박물관의 학습지 팸플릿 교정 알바가 들어왔다.

잘못 그려진 그림도 찾고, 잘못 쓴 글씨도 많이 찾았다.

아들이 밥 먹으라고 부르러 왔다가 몇 개 찾아주기도 했다.

후다닥 하려고 했는데 1시간 가까이 걸렸다.


2만 원만 주세요. 했더니 오늘 입금이 됐다.

오늘 저녁에 아들이랑 남편이랑 셋이 식당에 갔다.

메밀 소바 두 개에 육개장 하나 먹으니 2만 9000원이 나왔다.


오늘 거기 대표님이 그러신다. 이제 찬 바람 부니까 곧 큰 일들이 들어올 거라고.

알바 일만 주기가 미안하셨던 모양이다.

'괜찮습니다. 다른 일 하고 있어요.'


#2

며칠 전 번역서 편집 사항을 정리한 파일 세 개를 번역가에게 보냈었다.

인명, 지명의 외래어 표기법과 복합 명사 띄어쓰기, 새로 적용하는 교정 원칙 등이다.

오늘 그 피드백 파일을 확인하려고 카톡으로 연락했다.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답니다.

-국어원에 물어보니 사람 이름은 이렇게 표기하는 맞답니다.

일 얘기가 얼추 끝나 가는데 번역가 선생님이 이런 톡을 보내왔다.


"선생님 건강 상하지 않게, 가족과의 관계도 상하지 않게 쉬엄쉬엄 일하시길요.

혹시 일정이 너무 빠듯하다 싶으면 말씀 주세요.

일보다는 가족이, 건강이 먼저잖아요ㅎㅎ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독립운동하는 것도 아닌데요ㅎㅎ 좋은 하루 보내세요 "


고맙다고 말하고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아, 이러면... 난 또 바보같이 더 열심히 한다고요. 흐흐. '


"이 일은 내게 밥이 되고 힘이 되는 일이다"라고 오늘 자 한정으로 잠깐 착해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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