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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책 쓰자면

'첫 번째 책' 이야기

by 대낮

책을 처음 출간해 본 작가들의 경험을 엮어 인터뷰집을 만들려고 한다.

난생처음 책을 출간한 새내기 작가들의 '첫 번째 책' 이야기.

누구는 에세이를, 누구는 소설을, 누구는 교양서를, 누구는 자기 계발서를 써서,

누구는 공모전 당선으로, 누구는 수많은 투고의 결과로, 누구는 출판사의 매력적인 제안으로, 누구는 꾸준한 브런치 연재로 출간의 기회를 얻었다.

그 기회를 못 얻은 사람들은 이 과정이 궁금할 것이다.

나는 그 기회를 찾는 사람은 아니지만 나 역시 궁금하다. 사람들은 어쩌다 작가가 될까. 새로운 작가의 첫 번째 책은 어떤 계기로, 어떤 과정으로 세상에 나오는 걸까.


브런치에서 작가를 꿈꾸는 이들을 종종 봤다.

언젠가는 책을 내고 싶다고 말하는 작가들이 여럿이다.

브런치 이웃 중 한 명은 어떻게 하면 책을 낼까 하고 대형 서점에 가서 책 제목을 살펴봤단다. 요즘 책들은 이렇구나, 이 속에서 나는 어떤 이야기를 쓸 수 있을까 하고 생각했단다.

다른 브런치 작가는 엉뚱하게도 작가로 책은 못 낼 것 같으니 편집자라도 돼볼까 고민하는 글을 남겼다. 편집자가 되려면 출판사가 많은 서울로 이사해야 할 테고 그러면 안락한 집을 포기해야 한다고 걱정이었다.

이처럼 편집자와 작가를 같은 카테고리에 담을 정도로 "책을 사랑한다", "글을 좀 쓴다"라는 말이 포함하는 영역은 광활하고 모호하다. 그러나 책 쓰는 작가가 된다는 건 사실 대단히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활동이다.

다른 사람이 쓴 책의 책등을 만지며 막연하게 꾸는 꿈이 아니다.


그렇더라도 작가라는 꿈은 막연하고 모호하게 볼 때 더 매력적이긴 하다.

(나는 작가가 아니니까 잘 모르지만 아마도) 작가는 특별하면서 평범하다.

만약 에세이나 소설을 쓰는 작가라면 일하는 것과 쉬는 것의 경계가 흐릿할 것이다.

영화를 봐도 티브이를 봐도 누워서 뒹굴뒹굴해도 그게 다 글의 재료가 되고, 책의 주제가 될 수 있다.

심지어 겉보기에는 무직과 다를 게 없는데 글을 써서 그걸로 생활하는 전업 작가도 있다.

그래서 매력적인가?

이는 반대로 말하자면 사는 게 일이라는 뜻이다.

계속 머릿속으로 뭔가 문장을 만들고 있어야만 할 것 같다.

어느 소설가는 이렇게 말했다. 대학에서 글 쓰는 법에 대해 가르치자니, 사기꾼이 된 것 같다고.

그렇다고 문학창작과 교수가 수업료를 받고 글 잘 쓰는 법은 따로 없다고 가르쳐도 사기인 것 같다고.

누군가에게는 글 쓰는 일이 마치 말하는 것처럼 쉬울 수 있지만, 글을 일목요연하게, 혹은 독자가 더 읽을 만하게 써내려 간다는 건 매우 피곤하고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현실적인' 작가의 꿈은 이렇다.

내가 아니라 남이, 내 글을 보고 마음에 든다며 돈을 들여 책으로 엮는, 그런 인정을 받고 싶다는 의미다.

또 독자가 내 책에 돈과 시간을 들이며 관심을 둔다는 의미다.

그러니까 종이에 글을 써서 단순히 책 한 권 만들어 내는 게 아니다.

(그렇지만 나는 아마 이 책을 내 돈으로 낼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현실적인 작가를 꿈꾸는 사람은 아닌 셈이다. 헉!)

현실적인 작가든 아니든, 작가는 한 가지 주제를 오래 잡고 있어야 한다. 한 권 분량의 글을 쓰는 동안 그 주제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작가들은 대체 어쩌다 이 골치 아픈 상황에 스스로 걸어 들어왔을까. 나는 그 힘든 작업을 해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정리하는 일이 내게 힘든 작업이 될 것이다).


물론 책이 많이 팔린 유명 작가에게 듣는 게 더 흥미롭거나 유익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한참 글을 써온 그들에게 처음으로 그 일을 해낸 기억을 떠올려 달라고 한다면 좀 무리가 아닐까. 초보 운전자의 마음은 방금 초보운전 딱지를 뗀 사람이 가장 잘 안다. 나는 이제 막 첫 책을 낸 작가의 따끈따끈하고 생동감 있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전업작가든 아니든 수많은 작가가 다 같은 모습으로 책을 써서 먹고살지는 않을 것이다. 어느 분야든 마찬가지지만, 직업이 같다고 사는 모양까지 같지는 않으니까. 사는 모양이 얼핏 비슷하더라도 들여다보면 성격이 제각각이다. 작가들도 아마 각자가 크게 다르리라고 확신한다. 작가로서 첫 번째 책을 내고 짠! 작가가 된 과정 역시 저마다 사연이 있을 것이다. 최대한 다양하게 담고 싶은데, 내 예상이 맞을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그들이 내게 자기 이야기를 들려줄지도 아직은 알 수 없다. 첫 번째 작가와 약속을 잡았으니 일은 시작됐다. 그래서 어쩌다 책 쓰기라는 골치 아픈 상황에 들어서게 되는 것인지 약간의 실마리가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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