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악귀빌'의 작가ㅡ 야초툰
악마의 귀라도 빌려드릴까요?
지옥문을 지키던 최고 악마 베스탄이 인간 세상에 상담소를 차렸다. 왜? 사람들을 천국에 보내려고!
"악마들은 쉴 틈이 없는데, 천사들은 종일 놀고만 있어요."
이게 악마 베스탄의 불만이다. 그리하여 시작된 천국에 일감 몰아주기 작전, 과연 악마에게 가능한 미션일까?
첫 장편소설을 이메일 투고를 통해 출간한 야초툰 작가를 만나고 왔다. 지난 인터뷰 때, 너무 시끄러워 당황했기에 이번에는 공간 대여 카페에서 만났다. 첫 인터뷰 때도 이 생각은 했는데, 작은 룸에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으면 취조실처럼 서먹할까 걱정이었다. 오늘 해보니, 그게 시끄러운 것보다는 나았다.
내가 2장짜리 인터뷰 질문지를 미리 보냈는데, 작가는 7장으로 만들어 회신했다. 생각을 정리하는 용도로 쓰라고, 답변 키워드만 적고 해당 없는 질문은 지나치라고 했지만, 이 작가는 모든 질문에 성실하게 줄글로 답을 달아주었다.
'아, 내가 작가에게 무슨 일을 시킨 거지?'
너무나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또 누구보다 성실하고 글쓰기에 진심인 이 작가가 삼십 대 후반까지 개인적인 글도 쓰지 않고 지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작가의 인생은 4년 전 어떤 책 한 권을 만나면서 크게 바뀌었다. 그러니까 소설 한 편이 일기도 편지도 안 쓰던 한 사람을 소설가가 되게 했다.
그렇게 책 세상의 문이 열리자 작가는 종일토록 미친 듯이 읽고 썼다. 6시간을 꼼짝없이 앉아 쓰면서 이거 참 재밌구나 싶었다. 잘 쓰고 싶었다. 투고 메일을 꾸준히 보내면서 간절하게 피드백을 원했지만, 작가의 글을 읽고 의견을 말해주는 출판사는 없었다. 30번 넘게 투고 메일을 보내는 동안 작가는 퇴고를 거듭했고, 소설은 그렇게 점차 작품이 되어 갔다. 그리고 문학수첩에서 그러니까 '해리포터의 출판사'에서(!) 계약하자는 연락이 왔다(물론 문학수첩은 번역본 출판사이지만 원작이 12곳의 출판사에서 거절당했다는 조앤 롤링의 일화는 유명하다).
ㅡ야초툰 님 작가가 되니 어떤 게 좋으세요?
ㅡ다른 작가를 만날 수 있어요. 제 인생을 바꾼 그 작가를 만나 당신 덕분에 제가 이렇게 소설가가 되었다고 고백할 수 있었어요.
인터뷰하는데 순간순간 작가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이분도 물컹한 사람이구나.
그동안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글쓰기라는 도구를 늦게 만났다. 이 작가는 그만큼 오래도록 글타래를 술술 풀어낼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