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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q의 추억

-혹은 일기

by 대낮



오래전 icq라는 메신저를 썼었다. 기억이 흐릿해서 위키백과를 찾아보니 이렇게 나온다.



ICQ이스라엘 회사 미라빌리스가 처음으로 개발한 인스턴트 메신저 프로그램이며 나중에 타임 워너AOL의 자사 소유가 되었다. 이 프로그램의 첫 버전은 1996년 11월에 출시되었으며 ICQ는 인터넷을 통한 최초의 인스턴트 메시징 서비스가 되었다. ICQ라는 이름은 "I seek you"("난 널 찾는다"의 뜻)의 구문을 딴 것이다. AOL은 미라빌리스를 1998년 6월 8일에 407,000,000 달러에 인수하였다.


I seek you.


이 메신저는 어느 선배가 소개해줬다. 그런데 내 icq 계정에 등록된 사람은 그 선배뿐이었다. 쓴다는 사람이 없었다. 그 선배가 아니면 내게 icq로 메시지를 보낼 사람이 없었다. 나는 그 선배랑 비밀리에 소통할 만한 사이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icq에 새로운 메시지가 있으면 왠지 설레기도 했다. 나는 저 아이콘을 바라보며 오래 생각에 잠기곤 했다. 편지도 혼잣말도 아닌 말을 머릿속에 늘어놨다 지웠다. 이 선배와는 결국 연애를 하게 됐다. 하지만 선배에게 보낸 말보다 혼자 하는 말이 많았던 만큼 연애는 오래가지 못했다. 내가 관심 있는 건 선배가 아니라 나였다.


2021. 6. 22.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날이다.

만 4년이 넘도록 썼다 지웠다 하며 들락거렸다. 유령처럼 여러 사람의 브런치를 돌아다니며 이런저런 글을 읽었다. 하트를 누르면 되는 쉬운 일도 하지 않았다. 댓글은 마음속으로만 썼다. 그렇지만 가장 많이 읽은 것은 내가 쓴 글이다. 4년 동안 나를 구독한 작가 수는 50이 채 되지 않는다. 그것도 최근에 많이 늘어난 수치다. 관심작가는 30이 채 되지 않는다. 나는 나에게 가장 관심이 많았던가. 나는 나를 관찰하면서 사람을 관찰하고 있다고 착각한다.

내 생각만 했네, 사람이 이렇게 이기적이구나.

힘들다, 사람이 이렇게 인내심이 없구나.

이 생각은 틀렸다. 나는 좀 더 많은 사람을 봤어야 한다.

가수 임재범은 <비상>에서 "나도 세상에 나가고 싶어. 당당히 내 꿈들을 보여줘야 해"라고 노래했다.

이 노래는 세상, 꿈으로 고민하던 시기에 절절하게 들렸다. 나도 그래야 하는데, 대체 내 꿈은 뭐지? 하는 막연함과 그것을 알아내는 일이 나의 지상과제처럼 여겨지는 데서 오는 혼란함이 괴로웠다. 스물에는 그랬다.

이제 세상에 나간다면 다른 이야기를 읽어보고 싶다. '나' 밖의 이야기. 세상 구경.

날아오르면 멀리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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