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Ⅰ]「명사」 「1」 벌어져 사이가 난 자리.
겨를「의존 명사」 어떤 일을 하다가 생각 따위를 다른 데로 돌릴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틈
우주 책 3교를 턴 뒤에 도시의 악취와 관련된 보고서 한 편을 읽었다. 왠지 냄새가 나는 듯한 원고였다. 그 보고서 교정을 마쳐서 보낸 게 화요일이다. 손에 든 일은 끝, 야호. 목요일, 오늘 새로운 교정지가 왔다, 이런. 관광 관련 책이다. 일은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 교정지만 먼저 오고 담당자 연락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교정지와 교정지 사이의 작은 틈에 다른 글을 읽는다. 책도 보고 뉴스도 보고 브런치도 본다.
남편이 묻는다.
"지겹지도 않냐."
남편은 영화를 본다. 나도 남편에게 묻는다.
"지겹지도 않냐."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에도 두 톱니의 사이가 있다. 그 틈은 무엇으로 채워질까. 어쩌다 나는 그 틈에 활자를 밀어 넣게 됐을까.
언젠가 남편이 내 브런치를 읽지 않는다는 말을 쓰고 나서, 남편에게 물었다.
"내 브런치 왜 안 읽냐?"
남편은 놀라고 당황했다.
"그거 아직도 써?"
나는 그 질문에 더 당황해 "어어" 하고 말았다. 남편이 물었다.
"그런데, 왜 쓰는 거야? 물론... 그냥 쓸 수도 있지만 쓰는 이유가 있을 수도 있잖아."
나는 이렇게 답했다.
"예리하긴. 그게 요즘 나의 화두다. 도대체 사람들은 왜 쓸까."
남편은 여전히 내 글 안 읽는다. 좋은 남편이다.
얼마 뒤 나는 남편에게 인터뷰집을 내겠다고 했다.
"소소하게 돈이 들어가는 취미 생활이라고 이해해 줘"
"소소하게 얼마?"
"소소해야겠지."
남편은 의외로 큰 고민없이 그러라고 했다.
나는 글을 읽어 돈을 벌고, 취미로 글을 쓰고, 글 읽어 번 돈을 책 내는 데 써볼 생각이다.
뭘까, 도대체 이게 뭘까 하고, 다른 작가들과 스스로에게 수없이 많은 질문을 던져가면서.
겨를「의존 명사」 어떤 일을 하다가 생각 따위를 다른 데로 돌릴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틈
이것이 내 삶에 여유를 마련하는 일일지, 여유를 뺏어가는 일일지 해보면 알겠지. 아직까지는 재밌다. 이다음 계절은 지출이겠지만 원고 완성까지는 덜덜덜 떨리는 손으로 재미있게 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