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재교 교정지를 기다리며
혼자 있는 시간이 두렵지 않은 유형이다. 그래서 편집자가 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솔직하지 못했다.
다시 적자면,
게으르고 혼자 늘어져 있기를 좋아해서 편집자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 다행히(?) 금수저로 태어나지 못해 제 몫의 노동은 꼬박꼬박 하면서 살고 있지만.
아이 둘이 크고 있다. 더 많이 일하고 좀 더 많이 벌어야 한다.
하지만 저녁 식사 전후에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을 포기하지 못해서 계속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
일감을 더 얻기 위해, 파트타임이나 재택 일자리라도 알아보기 위해 취업 사이트를 기웃거린다.
일이 있을 때는 일하느라 바쁘지만, 교정지 기다리는 날이면 나도 모르게 사람인에 들어가 있다.
어제 오전에는 혼자 신나서 이력서를 다시 정리했다.
집에서 15분 거리에 9:30-5:30 일자리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엄마 이력서 냈어. 연락이 올까? 그 시간이면 너도 괜찮지?
9살 아들은 좀 긴장한 표정이다.
-아니. 전혀.
이런 곳 없다고!
-너 놀이터에서 놀고 들어올 땐 엄마가 집에 있는 거야. 학교 끝나고 간식만 혼자 먹으면 돼.
아들이 진지하게 말했다.
-엄마, 지금 딱 좋잖아. 소설은 읽기에도 재밌잖아.
나는 요즘 청소년 소설 교정 교열을 보고 있다. 아들은 내가 작업할 때면 옆에 와서 모니터를 쳐다보고, 오타 하나씩 찾아주고 가거나 한다. 이전 책은 축제 홍보 안내 책자였고, 그전에는 우리 생물 이야기 책이었다. 그보다는 소설이 자기 보기에도 재밌겠지.
-엄마 일이 쉽고 시간이 많으면 그만큼 받는 돈이 적은 거야.
-괜찮아. 나 바로 꺼낼 쓸 수 있는 저금통에 이만 원 넘게 있어. 그걸로 쓰자.
삼 년도 넘게 모으고 있는 동전 저금통이다. 그 저금통에서 돈을 꺼내는 일은 거의 없다. 아들은 유치원 때부터 무슨 일인지 집에 돌아다니는 동전을 허락받고 거기 넣기 시작했다. 누나 심부름을 해주고 심부름 값으로 백 원 오백 원 받아 넣기도 한다. 그런데 사탕을 먹고 싶어도 절대 그 돈은 안 쓴다. 백 원 이백 원 넣었는데 돈이 이렇게 커진다며 뿌듯해한다.
그런 돈을 쓰자고 하는 걸 보니 짠하다.
아이가 돈을 모르는 건 아니다. 밥 한 끼가 얼마고 책 한 권이 얼마고, 핸드폰비가 얼마고, 그런 걸 알고 있어서 이만 원 넘는 돈이지만 치킨 한 번 시켜 먹으면 없어질 돈이라는 것도 안다.
그래도 엄마한테 그냥 말해보는 것이다. 그 돈 있으니까 출근하지 말고 집에서 일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