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택재 / 이은영

by 이은영

새벽이 이택재의 문지방을 넘는다

깊고 넓은 느티나무가 엮은 그늘에

역사의 이력을 기록하고

붓끝으로 침전하는 어둠에 하나의 문장을 만든다

지긋한 묵향을 우려낸 사숙당의 무게

곧은 방향을 섬기고

생각이 느려 적지 못한 여백에

맑은 햇빛 한 줌 담근다

앞서 비웠던 자리에 모음이 앉으면

미처 떠나지 못한 발자국은 폐기한다

허공에 새긴 지문이

괄호를 열어 숨의 진동만큼 굽은 시간을 요약하면

오래된 시간이 먼지를 닦아내고

구겨진 문장이 기운 어법을 곧추세운다

산 그림자 마당귀에 걸리고

묵향 너머에 언어가 자란다

지나온 시간의 흔적이라는 만연체의 필체이다

먹빛이 맑은소리 읊조리면

길을 찾던 바람이 환하다


- 안정복 문학상 은상 수상작-



keyword
작가의 이전글길 위의 인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