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질 녘의 프라하성
해 질 녘의 볼타바 강가를 가보았는가
까렐교 아래로 말없이 흐르는 볼타바 강물, 그 위를 유유히 헤엄치고 있던 두 마리 백조...
항상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물 위를 헤엄치던 두 마리 백조가 가끔씩 생뚱맞기도 했지만 늘 같은 시간에 그 장소에 나타나는 백조가 보고 싶어 난 거의 매일 해 질 녘의 까렐교를 찾곤 했다. 프 라 하성에 조금씩 빛이 물들며 그 자태를 드러낼 때쯤 이면 프라하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아베마리아가 거리의 악사들 사이에서 흘러나오곤 했다
어둠이 조금씩 내리는 프라하 성 위로 동화 속 불빛이 하나둘씩 밝혀질 때면 강물은 온갖 색색의 불빛들로 수를 놓으며 유유히 흐르곤 했다
프라하에 있는 동안은 거의 매일 프라하 성과 까렐교를 찾았다
아침에 재림이를 학교에 보내고 나면 난 18번 트램을 타고 블타바 강을 지나 프라하 성으로 출근했다
프라하 성 입구에는 프라하 별궁이 있다. 패키지 여행객은 절대 가보지 못하는 그 비밀의 정원을 난 거의 매일 출근했다. 프라하 성 입구 언덕에서 내려 공원을 거쳐 들어간 그 비밀의 정원은 프라하에서 공식적으로 개가 들어갈 수 없는 곳으로 나의 귀중한 아지트였다. 울창한 나무숲과 작은 오솔길 사이로 피어있던 아기자기한 야생화들.... 별궁이 있는 정원은 잘 가꿔진 꽃밭과 분수 사이로 하얀색 나무의자가 군데군데 놓여 있어서 산책하고 책을 보기에 너무나 좋은 곳이었다.
호젓해서 좋을 뿐 아니라 프라하 성의 경호원의 경호를 받으며 안전하고도 편안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잘생긴 경호원이 멀리서 왔다 갔다 하고 그곳의 아름다움과 호젓함을 사랑하는 프 라 하 시민들과 함께 매일 한나절을 그곳에서 보냈다. 책을 보다 눈을 들어보면 작고 앙증맞은 새들이 옆에 와서 빵 부스러기를 기다리며 놀고 있곤 했다. 점심으로 싸가지고 간 크루아상과 사과, 보온병 안에 담아 간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 듯 해가 석양에 걸려 있을 때가 많았다.
별궁 정원을 나와 프라하 성을 한 바퀴 돌고 언덕길을 돌아 강가에 다다르면 까렐 교위에 어둠이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면서 온갖 거리의 예술가들이 활동을 시작했다. 말라 스트라나 쪽에서 구시가 방향으로 까렐교를 걷다 보면 두세 군데에는 꼭 거리의 악사들이 있었다. 운 좋은 날엔 체코 4 첼로를 만나기도 했다
4 첼로는 프라하 음대 하무 출신으로 뻬뜨라교수님의 제자들이었다. 재림이도 뻬뜨라교수님 제자여서 4 첼로의 연주자들을 잘 알고 있었다. 4명의 첼리스트가 얼마나 호흡이 잘 맞는지...
한번 연주를 시작하면 레퍼토리가 끝이 없었다.
가끔씩 연주가 끝나고 맥도널드에서 늦은 저녁을 햄버거로 해결하는 그들을 바로 건너편 테이블에서 마주 보며 눈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그들이 자주 연주하던 파사칼리아
프 라 하성을 바라보며 듣는 파사칼리아를 잊을 수 없다. 밴드 5인조도 자주 만날 수 있었고 바이올린 독주자도 거의 매일 연주했지만 4 첼로를 만나는 날은 아주 특별한 날이었다.
프라하에서 돌아온 지 몇 년이 지났다.
긴 비행시간을 마치고 비행기가 루지네 공항에 도착할 때 하늘에서 내려다본 프라하
볼타바 강을 사이에 두고 구시가지와 프 라 하성이 마주 보며 아기자기한 속내를 보여주는 곳
러시아를 그리워하듯 또 어느 사이 프라하를 그리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