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에 살면서 거의 매일 해가 질 무렵이면
들르는 곳이 있었다.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프라하성은 하나 둘
불빛이 밝아오며 온 성을 빛으로 가득 채웠다
블타바 강물에 비친 프라하성은 항상 여행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매일 오전 프라하성에 출근해서 야외정원에서
말씀을 보고 커피를 마시다 보면 금방 하루해가 저물었다. 수도원의 종소리를 들으며 프라하 성
갈래 길 중 하나를 택해 걸어 내려오다 보면 말 라스트라나 광장에 이르게 된다.
스타박스를 돌아 광장을 따라 내려오다 보면
만나게 되는 까렐교 구시가와 프라하성을
이어주는 돌다리 위엔 하루에도 수백 명의 인파가 프라하의 야경을 보기 위해 양 끝을 오간다.
까렐교 위에는 거리의 악사와 화가들 또 공예품을
파는 예술가들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는 까렐교 위에 체코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아베마리아가 울려 퍼지면 난
늘 까렐교 얀 후스 동상 뒤에 기대어 서서 어둠이 내리는 프라하성을 바라보곤 했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늘 같은 자리에서 또 한 곳
내 시선이 가는 곳은 바로 까렐교 아래 백조들이었다. 한 떼의 백조들은 늘 무리를 지어 물 위에 떠 있다가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강 건너편으로 서서히 이동해 갔다. 내가 늘 즐겨 서있던 얀 후스 동상 밑 까렐교 아래에는 항상 오는 두 마리의 백조가 있었다.
둘이 늘 같이 오지만 항상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물 위를 헤엄쳐 다녔다
항상 거의 같은 시각이면 이 두 마리 백조는 날아왔다가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강 건너편으로 움직여 갔다.
그런데 참 생뚱맞게도 이 두 녀석은 늘 일정한 거리를 두고 같이 있었다. 좀 더 다정히 같이 딱 붙어 있으면 좋으련만 항상 일정한 거리를 두고 같이 있는 모습이
내 마음을 애잔하게 했다. 프라하에 있는 동안 난 거의 매일 이 두 녀석을 보러 까렐교에 갔다.
물론 우리 집이 바로 강가에 있어서 쉽게 갈 수 있기도 했지만 하루라도 이 녀석들과 어둠이 내리는 프라하성을 보지 않으면 뭔가 허전했다.
블타바 강 위에 두 마리 백조는 늘 내게 간격을 유지하는 사람을 떠 올리게 했다.
수년을 같이 지내면서도 늘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난 늘 서운 했었다. 좀 더 딱 붙어 있으면 좋으련만 늘 목마름을 가지게 했다.
프라하를 떠나오기 전날 평소보다 조금 늦게
까렐교에 도착했다. 마지막으로 두 마리 백조를
한 번 더 보고 싶어서 달리다시피 까렐교에
도착했을 때 이미 해는 완전히 지고 프라하 성은
그 자태를 드러내며 형형색색으로 물가에 비치고 있었다,
얀 후스 동상에 달려가 강물 위를 내려다보니 이 녀석들은 벌써 가버리고 없었다. 서운한 마음에 강 이편저편을 열심히 보고 있는데 강 건너편 거의 가까이에 백조 한 마리가 열심히 헤엄쳐가고 있었다. 아... 한 마리는 어디 있지 하며 눈길을 돌리는 순간 어김없이 좀 떨어진 곳에서 일정한 거리를 두고 또 한 녀석이 열심히 헤엄쳐 따라가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얼마나 반가웠는지.... 얼마나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하는지.....
그 모습만으로도 충분했다.
비록 딱 붙어 있지 않아도 늘 같이 있지 않은가
어쩌면 저 일정한 간격으로 인해 더 오래 바라볼 수 있는 건지도 모른다.
프라하를 떠나오면서 난 내가 두고 온 그 사람들과 우리의 간격을 돌아다보았다.
내게 다정하게 늘 전화하지도 않고 밥 먹었냐고 물어봐 주지도 않는 사람
수년을 같이 지내면서도 말이 없고 뚱한 사람
그러나 그렇게 살뜰하지 않아도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돌아오는 사람
뚱한 표정으로 커피 한잔과 내가 좋아하는
크로와상을 말없이 내미는 사람
프라하를 떠나오며 비행기 안에서 바라다보았던 블타바 강 멀리 굽이치는 강 자락 어딘가에서
오늘도 서로를 바라보며 자맥질을 하고 있을
두 마리 백조를 떠올리며 나는 조용히 내가 떠나온
지구 반대편 그 사람들에게로 돌아가고 있었다.
블타바 강물 위로 어둠이 조용히 내리는 프라하는 그렇게 멀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