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의 가을
내 안의 우상에 신실하느라
인생의 많은 중요한 일들을 놓쳐버렸다.
말 못 하고 듣지 못하는 벙어리 우상에게
한 마디의 원하는 말도 해주지 못하는
우상에게 긴 시간 매여서 숭배했다.
해야 할 것들을 하지 못하고
사람들에게 베풀어야 할 사랑과 시간을
내가 만든 우상에게 다 쏟느라
그냥 다 지나가게 했다.
오늘 이 땅에서 나를 가장 사랑해주신
엄마를 보내고도 한마디 위로도
받을 수 없는 우상 앞에
나 자신 참담하고 고통스럽다.
오늘 가장 사랑하는 이의 부재 안에서
다 드러난 우상의 민낯을 보며
부끄럽고 부끄럽다.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내 안의 우상이 와장창 깨어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차마 울 수도 소리를 낼 수도 없다.
인생의 행복을 위해 달려가던 시간
결국 아무것도 아닌 모습으로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빈손으로
인생의 한 역에 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