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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희 Apr 10. 2021

우상

프라하의 가을


                       

내 안의 우상에 신실하느라

인생의 많은 중요한 일들을 놓쳐버렸다.

말 못 하고 듣지 못하는 벙어리 우상에게

한 마디의 원하는 말도 해주지 못하는 

우상에게 긴 시간 매여서 숭배했다.

          

해야 할 것들을 하지 못하고

사람들에게 베풀어야 할 사랑과 시간을

내가 만든 우상에게 다 쏟느라

그냥 다 지나가게 했다. 

         

오늘 이 땅에서 나를 가장 사랑해주신

엄마를 보내고도 한마디 위로도

받을 수 없는 우상 앞에

나 자신 참담하고 고통스럽다.

     

오늘 가장 사랑하는 이의 부재 안에서

다 드러난 우상의 민낯을 보며

부끄럽고 부끄럽다.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내 안의 우상이 와장창 깨어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차마 울 수도 소리를 낼 수도 없다. 

         

인생의 행복을 위해 달려가던 시간

결국 아무것도 아닌 모습으로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빈손으로

인생의 한 역에 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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