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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희 Apr 10. 2021

마음의 섭생이 필요해

갯새암 <<내 어머니의 샘>>


서울 EBM을 다녀왔다. 가기 전 미리 피검사를 해서 식이요법을 한 후의 검사 결과를 가지고 갔다. 두 달간의 식이요법을 통해 대충 짐작하고 갔지만 검사 결과는 예상대로 ‘양 체질’로 나왔다. 장부 허실과 유전자 검사를 통해 정확한 체질을 구별받고 나니 내가 해 온 식이요법이 얼마나 내 몸을 정화시켰는지를 알 수 있었다. 방송에서 보았던 허봉수 박사님의 모습은 진료실에서도 똑같았다.      

     

이분의 삶과 인품은 대화 가운데서도 그대로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몸과 마음이 건강하니 표정도 당연히 맑아 보이셨다. 30분 가까이 꾸밈없이 솔직하고 편안하게 섭생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셨다. 이미 내 체질에 대해서 어느 정도 짐작은 했지만 유전자 검사를 통해 다시 한번

 입증받으니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다.       

    

서울 EBM을 다녀와서 주변의 지인들에게 이 식이요법을 많이 권했다. 물론 서울까지 가서 체질을 진단받으라고는 할 수 없어 최대한 스스로 음식을 통해 테스트를 해 보라고 일러 주었다. 지인들은 공감을 하면서도 막상 음식을 가려서 먹어야 하는 것엔 어려움을 느꼈다. 하긴, 살아오면서 입에 길들여진 맛이 있으니 이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사이 재림이는 군에 입대를 하고 군 생활을 많이 힘들어했다. 아마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음악가로서 정해진 일과와 틀 안에서 단순한 생활을 반복하는 것에 꽤나 압박감을 느꼈을 것이다. 27살에 군악대에 들어갔으니 스트레스도 만만찮았을 것이다. 음식을 가려 먹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군악대의 일과가 연주와 행사도 많아 가끔씩 면회를 가서 얘기하다 보면 눈가에 살짝 비치는 눈물을 봐야 할 때도 있어 돌아오는 발걸음이 얼마나 무겁고 힘들던지….      

    

늘 소화가 잘 안 되고 다리와 허리도 자주 아프다고 했지만 밖에서 어떻게 해 줄 수도 없는 상황이라, 안타까웠다. 프라하에서 5년간 유학할 때도 이렇게 걱정을 하지는 않았는데, 군대에 있는 2년이 내게는 더 힘든 시간이었다. 엄마도 여전히 불편한 다리로 혼자 시골에 계셔서, 내 몸은 많이 좋아졌지만 마음은 여전히 많은 짐을 지고 있었다.


 매일 저녁, 엄마와 전화통화를 하며 안부를 물을 때마다 엄마 목소리가 밝으면 기운이 나고, 힘이 없으면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재림이가 아프다고 하고 엄마 목소리도 안 좋은 날엔 거의 탈진되다시피 몸도 마음도 힘들었다. 마음 같아서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시골에 가서 엄마를 보살펴드리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건강한 삶을 위해선 우리의 마음도 얼마나 섭생이 필요한지…. 주변의 모든 상황에서 마음의 평안을 잃지 않고 살아가려면  마음의 평강을 유지하는 길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 늘 말씀 앞에 나아가 주님의 은혜를 공급받지만 어떤 상황에서 실제로 적용하는 건 또 다른 훈련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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