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의 가을
출근길에 본 목련화
또 다른 봄이 왔다
작년 이맘때 코로나로 인하여 온통 어둡고 힘든 시간을 통과하고 있을 때
우리에게 찾아와 준 목련화
그 목련 화가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유난히 길었던 작년 겨울
2월과 3월 사이에 떡 버티고 서서 절대 물러가지 않을 것 같던 동장군이
목련꽃 함박웃음에 조용히 자취를 감췄다.
꽃 한 송이가 그토록 희망의 얘기를 들려줄지 몰랐다.
사람들의 입에 걸쳐있는 하얀 마스크가 꽃이 되어 우리에게 손 흔들고 있었다
그로부터 일 년
우린 아직도 마스크를 쓰고 있고 코로나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어쩌면 이 일 년간 우린 또 다른 봄을 기다리며 견뎌왔는지 모른다
이 마스크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날을
눈치 보지 않고 지인들을 만나며 음식점에 가서 폰 번호를 적지 않아도 들어갈 수 있는 날을 말이다
어제 대학 졸업반이 된 은비 , 대학을 졸업한 나경이 소현이와 함께 송정에서 밥을 먹었다.
작년 5월부터 밥 한 끼 먹자고 했는데 이제야 먹었다
지난주 토요일 연주회에 바쁜 일정들이 있을 텐데도 와서 다들 도와주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가르친 아이들이니 정말 긴 세월 함께한 아이들(?)이다 ㅎㅎ
이 아이들도 코로나로 인하여 다들 어려운 시기를 통과하고 있다
성악을 전공한 나경이 임용을 준비하고 있는 소현이
코로나로 인하여 취업도 만만찮아 맘고생들이 클 텐데 바닷가 분위기 있는 초밥집에서
아이들을 좀 위로해 주고 싶었다
런치 세트를 받고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핀 아이들이 목련 꽃 같다
매번의 봄이 새롭고 아 쉽다
짧은 봄이 우리에게 가져다준 것들
목련화 진달래 개나리
이제 곧 철쭉이 무리 지어 피겠지
이 봄에 사람들의 마음이 좀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