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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희 Apr 08. 2021

담낭을 떼어내다

갯새암 <<내 어머니의 샘>>


       

재림이는 새벽에 왔다가 저녁에 연주가 잡혀 있어서 울면서 다시 올라갔다. 오케스트라 수석 자리에 있어서 빠질 수 없는 상황인 걸 알기에 억지로 달래서 대구로 돌려보냈다. 내과 주치의를 만나고 응급실로 돌아와 보니, 뒤쪽 조용한 곳으로 침대를 다시 배정해 놓았다. 일단 병실이 나올 때까지는 계속 응급실에 있어야 한다고 했다. 오후 수술 일정이 잡히고, 재림이 아빠가 울진에서 도착하자 바로 1차 수술을 받으러 들어갔다.


 수술실에 들어가 불안한 마음으로 주님의 이름을 불렀다. 간호원의 “숫자를 세어 보세요” 하는 음성과 함께 하나, 둘, 하다가 기억이 없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수술이 끝나고 회복실에 누워 있었다.     

     

다시 응급실로 돌아올 때는 목에 긴 호스를 끼워 놓아 매우 불편한 상태였다. 그 상태로 3일이나 더 응급실에 있다가 우여곡절 끝에 병실로 올라갔다 병실에서 바라보던 도로와 차들…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언제 다시 저 길을 걸을 수 있을지… 까마득하게 느껴졌다. 학교도, 아이들도, 첼로도, 피아노도 없는 병실…. 계속된 금식으로 어지러워 병실에서 누워만 있어야 했다. 수치가 떨어질 때까지 금식하며 기다리길 며칠… 드디어 2차 담낭 제거를 위해 수술실에 들어갔다         

 

이번엔 내과에서 외과로 의료진이 바뀌었다. 담당 의사는 왜 그렇게 겁을 주는지…. 보호자도 없는 상태에서 혼자 수술실로 들어가는데 기분이 참 우울했다. 수술 당일, 재림이도 공연 중이라 내려올 수 없었고 재림 아빠도 이미 며칠을 회사를 비운 터라 더 이상 빠질 수 없어 울진으로 가야 했다. 갑작스러운 수술이라 동생들도 다 시간을 낼 수 없어 애만 태우고 결국 혼자서 수술을 받아야 했다


. 수술이 끝나고 병실로 돌아올 때쯤 김천에서 엄마가 불편한 몸을 이끌고 오셨다. 마취에서 깨어나니 고통이 너무 극심해 계속 헛소리를 해서 엄마 마음을 많이 아프게 했다. 이틀 정도는 마약성 진통제를 계속 맞아야 했다. 엄마도 다리가 아파 거동이 불편한데, 간호를  하게 해서 너무 죄송했다.   

       

계속 잠만 자는 나를 위해 TV도 틀지 않고 휴게실에 가서 앉아 계시는 엄마를 보니 마음이 착잡했다. 식사도 입에 맞지 않아 잘 못 드시는 것 같아 더 마음이 쓰였다. 다행히 면회 온  성범 엄마  엄마가 드시도록 반찬이랑 전복죽을 사다 주어서  정말 고마웠다. 이틀 뒤 불편한 다리로 역까지 가시는 게 너무 걱정되었으나 다행히 병원 바로 앞에서 택시를 타고 잘 도착하셨다고 전화가 왔다. 부모란 그런 것인지… 당신 몸이 아프면서도 기어이 자식을 지켜봐야 마음이 놓이는가 보다.  

        


2주 가까이 병원에 꼬박 있으면서 간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오길 기다렸다. 열흘 생각하고 들어온 병원은 2주를 꽉 채우고 나서야 퇴원할 수 있었다. 그런데 살은 전혀 빠지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열흘만 입원해도 4킬로그램씩 빠진다던데, 링거만 맞고 금식했음에도 불구하고 몸무게는 그대로였다. 정말 억울하고 이해할 수 없었다.

         


퇴원하는 날....

교회 성도들이 많이 방문해 퇴원수속을 도와주고  차로 집까지 데려다주셨다 , 재림이도 대구에서 내려오고. 교회 성도들은 죽을 사 가지고 집에까지 오셔서 오후 시간을 같이 보내고 가셨다.      

    

2주 만에 다시 온 집…

살아 있다는 게 감사했다. 또 얼마나 우리가 나약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인지 주님 앞에 긍휼을 구했다. 나름대로 건강에 대해 많은 걸 알고 있다고 생각해 온 나의 교만함이 여지없이 무너져 내리는 순간이기도 했다.


 바다가 내다보이는 내 방 침대에 누우니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며칠 동안 재림이가 옆에 있어 주어 든든했고, 대구로 돌아가고 난 후에는 곧바로 학생들을 가르치느라 정신없는 일상 속에서 우울할 틈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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