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의 가을
24번 트램을 타고 00역에 내려 뜨로야성으로 가는 환승버스를 타고 종점에 가면 뜨로야성과 예쁜 일본식 정원이 있는 공원이 있다. 중국식 뜨로야성을 보고 조금 걸어 올라가면 작은 식물원과 정원이 있는 공원이 나오는데 입장료가 꽤 비쌌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 크지도 않은 공원에 야외 카페와 접이식 간이침대가 공원 중간중간에 놓여 있어 사람들이 그곳에 누워 일광욕을 하며 누워 있기도 하고 공원 안쪽의 일본식 정원과 곳곳에 작은 식물원들이 아기자기하게 예쁜 공원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도 많았다. 공원 둘레로는 포도원이 있어 박에서 보면 넓은 포도원에 푹 싸여 있는 모양의 아담한 공원을 가끔씩 가곤 했다
. 작은 야외 카페에서는 커피와 간단한 샌드위치 케이크 조각을 팔았고 한쪽 옆에는 야외용 바비큐장이 있어 그곳에서 간단한 바비큐를 팔기도 했다. 간단한 소시지나 빵 한 조각 그리고 막 구운 돼지고기와 흑맥주 한잔을 간이용 테이블에 서서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도 냄새에 이끌려 가끔씩 흑맥주 한잔과 바비큐 한 조각을 사서 나눠먹곤 했다. 공원 입장료가 제법 비싸서 한번 가면 거의 해 질 녘 마감시간까지 있다가 오곤 했는데 프라하에선 드물게 개가 들어올 수 없는 곳이어서 더 즐겨 찾았던 것 같다. 개를 좋아하는 유럽인들은 어디를 가나 개를 데리고 와서 개를 무서워하는 나로서는 맘 놓고 갈 수 있는 안식처이기도 했다
. 물론 프라하의 개들은 러시아 개들보다는 훨씬 순하고 착해서 그렇게 무섭진 않았지만 그래도 덩치 큰 개들이 달려오면 무서워서 어쩔 줄 모르고 개 주인의 눈치만 살피곤 했다. 프라하에선 버스나 트램 안에 개를 위한 공간도 따로 있고 차비도 내야 할 뿐 아니라 차에 탈 땐 입에 마스크도 채워야 했지만 가끔씩 독일이나 다른 나라에서 여행 온 사람들 중엔 큰 개를 그냥 데리고 차에 타서 자기 옆에 데리고 있어서 그 옆을 피하곤 했다. 개 주인 입장에선 기분이 나쁘겠지만 워낙 개를 무서워해서 개가 없는 공간에서 편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뜨로야 정원을 발견한 것은 나로서는 큰 행운이었다. 공원 곳곳엔 갖가지 식물들과 작은 꽃들이 예쁘게 가꿔져 있어 입장료가 아깝지 않았다. 물론 크게 볼 건 없고 조용한 자연 속에서 휴식을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는 좋은 장소라 할 수 있겠다.
봄에 이곳에서 꽃 전시회도 하고 팔기도 해서 그 소식을 버스 정류장에 붙여 놓은 벽보에서 보고 처음 찾아올 때만 해도 꽤 먼 곳이라 그렇게 자주 가리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프라하에 있으면서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 갔던 것 같다. 물론 뜨로야성 바로 옆에 동물원이 있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곳에 많이 간다. 환승버스도 동물원에 가는 사람들 때문에 늘 만원이어서 서서 가야 할 때도 많았지만 일단 또로야 정원에 입장하고 나면 조용히 한나절을 보낼 수 있어 혼자서도 가끔씩 찾곤 했다
돌아오는 길에 꼬빌 리쉬에 들러 장을 보기도 하고 24번 트램이 직선으로 쭉 내려오는 스릴만점인 구간이 있어 그곳을 지나오는 제미도 쏠쏠해서 어떨 땐 내려서 다시 한번 반대로 갔다가 직선으로 내려오는 구간을 다시 한번 타보고 돌아오기도 했다. 프라하 1구역은 관광객이 워낙 많아 조금 지저분하기도 하고 정신이 없는데 조금만 외곽으로 나오면 조용하고 깨끗해서 트램을 타고 구석구석을 많이 누비며 다니곤 했다.
트램을 타고 이쪽 종점에서 반대편 종점으로 다니며 프라하의 시가지와 길들을 익히곤 했는데 뜨로야성에 가려면 17번 종점에서 내려 놀이동산에서 큰 숲길을 가로질러 걸어서도 갈 수 있고 중간에 작은 강을 만나 배를 타고 건너가기도 했다. 자전거를 타고 숲길을 가로질러 가도 좋은데 그건 한 번도 못해봤다
그 숲길이 너무 좋아 재림이가 같이 가 줄 땐 걸어서도 가곤 했다. 혼자서는 개를 만날까 봐 무서워서 엄두를 못 냈지만 둘이서 함께 갈 땐 한 시간 가까이 숲 길을 걸어 동물원 입구까지 걸어가기도 했다
물론 재림이는 다리가 아프다며 질색을 해서 동물원 입구 레스토랑에서 답례로 맛있는 걸 사주어야 했다.
감자를 삶아 따뜻할 때 치즈를 올려 주는 감자요리와 슈니챌이나 파스타를 2인분씩 먹어 치우는 녀석 때문에 식비가 제법 들어갔지만 난 커피 한잔과 빵만으로도 충분해서 같이 가주는 것만으로 좋았다.
봄이 오니 그 뜨로야 정원이 가고 싶다. 아직도 하늘길은 열리지 않는데 언제쯤 다시 프라하에 갈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