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의 가을
체코 Nelahozeves 역
드보르자크의 생가가 있는 곳
프라하 중앙역에서 작은 4량짜리 기차를 타고 한 시간쯤 달리면 나오는 간이역
재림이가 연주단원으로 활동하는 오케스트라가 그 마을의 영주가 살던 작은 성에서 드보르자크 기념 음악회를 하게 되어서 같이 동행하게 됐다.
열차가 출발해 프라하 시내를 벗어나자 블타바 강을 따라 쭉 달려서 가는 내내 강가의 풍경을 만끽할 수 있었다. 강들을 따라 형성된 작은 마을들, 그림 같은 작은 집들이 신기했다. 언제 지어졌는지 몰라도 정말 작은 집들이 모여 있는 곳도 있었다. 혹시 캠핑장이 아닐까 하고도 생각했지만 마을 드문드문 퍼져 있는 작은 집들의 생김새와 정원의 모습들을 볼 때 캠핑장은 아닌 것 같았다.
저 작은 집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
강가의 작은 마을들을 지나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동안 기차는 어느새 네 호 브제 역에 도착했다. 역무원도 매표소도 없는 작은 무인역이었다. 내려서 철로선을 무단으로 건너니 바로 작은 역사와 그 옆에 작은 예배당이 하나 있었다. 드보르자크 생가는 예배당 맞은편 길 건너에 있었다. 원래 푸줏간이었던 생가는 지금은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드보르자크 기념관으로 쓰고 있었다.
작고 평범한 푸줏간 , 여관을 겸했던. 생가 안은 복도식의 통로를 따라 작은방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입구를 지나니 작은 홀이 나왔고 통로를 따라 계속 들어가니 제법 큰 홀이 나왔다. 그곳에 드보르자크의 기념품과 사진들 악보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 작은 마을에 170년 전의 드보르자크를 만나러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다. 드보르자크 기념관을 소개하는 작은 소책자가 여러 가지 언어로 준비되어 있었는데 그중에 한국어로 번역되어 있던 것도 있어서 신기하면서도 반가웠다. 드보르자크의 생가에서 조금 언덕길을 따라 올라가면 아주 오래전 그 마을의 영주가 살았던 작은 성이 있었다. 그곳에서 드보르자크의 기념 음악회가 열렸다
밑에서 보면 절벽 위에 작은 성 같았는데 안은 제법 넓고 규모가 있었다. 성벽처럼 둘러싼 건물들 안쪽에는 광장이 있고 그곳에서 여러 가지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체코 음식과 포도주 시음, 아이들을 위한 전통놀이 체험과 작은 벼룩시장이 함께 열렸다. 건물 안은 레스토랑과 연주 홀이 좋은 전망을 차지하고 있었으며 나머지 방들도 성의 모습을 재현한 채 관광객들의 방문을 받고 있었다. 연주 홀은 크지는 않았지만 천정이 높고 울림이 아주 좋으며 저 멀리 마을의 산과 들이 한눈에 들어오는 성벽 가장 끝 쪽에 위치해 있었다.
벽난로가 있고 채광이 좋은 홀에서 바깥 풍경을 구경하며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거의 비어 있던 홀이 연주 회 10분 전이 되자 순식간에 사람들이 들어와 홀을 꽉 채웠다. 독일이나 인근의 다른 나라에서 온 관광객 같았는데 우리나라의 시골 할아버지 할머니처럼 소박한 옷차림의 노인들이었다 그런데 연주회가 시작되자 완전히 몰입해서 연주를 감상하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 연주회 티켓이 제법 비쌌는데 노인들이 표를 사서 들어와서 관람하는 모습이 아주 인상에 남았다. 난 지휘자가 준 초대권으로 들어갔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티켓도 지휘자 개인의 비용을 주고 구입한 것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얼마나 미안하고 부끄럽던지....
절벽 위에 세워진 작은 성에서 듣는 드보르자크의 음악들...
100여 명 가까운 작은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며 감상했던 음악회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있다. 다시 유럽을 가게 되면 그 작은 마을을 꼭 가보고 싶다. 작은 꼬마 기차를 타고 강가를 따라서 달리며 보았던 그 작은 집들과 마을의 정경....
이름 모를 작은 꽃들과 수국이 활짝 피어있는 드보르자크 생가와 옛 영주의 성, 그리고 드보르자크 생가 뒤쪽에 생가보다 열 배는 큰 드보르자크 공원, 그 공원 끝에 있던 작은 레스토랑,,,, 그곳에서 먹었던 슈니첼과 감자요리를 다시 먹어 보고 싶다.
슈니첼을 그렇게 좋아하진 않았는데 그 작은 마을 레스토랑의 슈니첼은 정말 고소하고 담백하며 부드럽고 풍미가 가득했다. 곁들여 나오던 감자 요리도 그냥 살짝 쪄서 파슬리만 뿌렸을 뿐인데 슈니첼과 어울려 너무 훌륭한 맛이었다. 식사 전 마셨던 흑맥주 한 잔이 달달하고 착 감기는 기분을 느끼게 해 주어서 더 그렇게 느꼈을까 체코의 레스토랑에선 식사 전 음료 주문은 필수라 그 핑계로 가끔씩 흑맥주 한 잔이나 와인을 시켜 홀짝거리며 마시곤 했다.
햇살이 따뜻하고 수국이 가득히 피어 있던 드보르자크 마을,,,
그 마을에 다시 갈 수 있다면 그곳에서 한나절을 보내고 싶다. 작은 성에서 드보르자크의 음악을 들으며 그곳 사람들과 고소한 슈니첼과 달콤한 흑맥주를 같이 마시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