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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희 Jul 22. 2021

추석을 맞아

  갯새암 <<내 어머니의 샘>>


   

추석이 왔다.

오랜만에 온 가족이 모여 마당에 숯불을 피워 고기도 굽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함께 수다를 떨며 우리 집 마당엔 활기가 넘쳤다. 엄마는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연신 장독대를 왔다 갔다 하시며 우리를 위해 맛난 것을 만들어 주셨다.


 뒷마당엔 엄마가 손수 농사지은 상추와 고추, 배추 등이 우리를 위해 예쁘게 자라고 있었다. 엄마가 두 번 쓰러지고 나서 우리는 다 같이 잘 모이지 못했다. 다리가 불편한 엄마를 교대로 잠깐씩 돌봐 드리느라 함께 모이기 힘들었는데, 추석이라 모처럼 다 같이 모인 것이다.


다리가 불편하시긴 해도 엄마가 기력을 상당히 회복하신 것이 무엇보다 기뻤다. 난 가족들이 다 모인 김에 오링테스트를 해서 각자의 체질을 구별해 주었다.          

무엇보다 엄마의 체질을 감별해 드리고 식이요법을 철저히 하시도록 신신당부를 드렸다. 엄마가 평소에 좋아하시는 음식들이 대부분 엄마의 체질에 맞는 음식들이었지만 몇 가지는 맞지 않는 음식들을 지속적으로 드시고 계셔서 주의를 드리고 음식 분류표를 크게 적어서 잘 보이는 곳에 붙여 드렸다. 그리고 동생들에게도 가능하면 엄마의 체질에 맞는 음식과 과일들을 사다 드리라고 부탁했다.

         


마음 같아서는 엄마를 모시고 서울 EBM을 한번 다녀오고 싶었지만 다리가 불편하신 엄마를 모시고 가는 것이 쉽지 않아 수시로 전화해서 엄마의 식생활을 점검했다. 엄마에게 잘 맞는 콩 효소를 사 드렸는데, 확실히 그걸 드시고는 다리에 힘이 붙는다고 좋아하셨다. 또한 변비와 눈에 끈적이는 이물감이 많이 없어지셨다고 하셨다.


 다만 당뇨가 있다 보니 약을 계속 드시고 있고, 혼자 계실 때 엄마 친구 분들이 몸에 좋은 것이라며 이것저것 음식들을 사다 드리기도 해서 체질식을 엄격하게 하시지는 못하셨다. 가끔 시골집에 가서 엄마를 뵈면 몸에 맞지 않는 음식들을 냉장고에 넣어 두고 드시고 계셔서 속상하기도 했다. 엄마의 건강상태는 좋아졌다 안 좋아졌다를 반복했다. 그래도 시골집에 계신 엄마는 여전히 우리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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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길목에서 엄마의 생신이 되었을 때 우리 자매는 다시 한번 김천 시골집에 모였다. 엄마의 상태도 많이 호전되어서, 어릴 적 소풍날 가던 구화사를 찾았다. 하늘은 파랗고 구화사엔 단풍과 함께 늦가을 따스한 햇살이 내려와 앉아 우리를 반겨 주었다. 단풍이 노랗게 물든 길목에서 우리는 돗자리를 깔고 앉아 엄마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다리가 불편한 엄마를 위해 막내 재부가 차로 구화사까지 엄마를 모시고 왔고, 우린 걸어서 구화사까지 올라가며 어린 날의 추억을 이야기했다. 아버지 산소 가는 길에 우리가 따 먹었던 두 불 포도 이야기, 친구네 밭에 피어 있던 감자 꽃과 복숭아밭 서리 이야기를 하며 우리는 늦가을을 만끽했다.


 물망골에 출현했던 멧돼지 가족 이야기를 들으며 갑자기 사방을 경계하기도 했고, 구화사 뜰에 있는 작은 옹달샘에서 흐르는 차가운 물로 목을 축이기도 했다. 엄마의 기억 보따리 속에 있는 어린 날의 추억 속에서 함께 웃음꽃을 피웠다. 내년 엄마의 환갑 때는 친척들을 우리 집에 불러서 잔치를 하자고 약속하고 우리는 또 각자의 삶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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