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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희 Jul 21. 2021

다시 실려 온 응급실

갯새암 <, 내 어머니의 샘>>


다시 실려 온 응급실          

어느 날 잠자다 갑자기 온몸이 마비되는 증상이 일어났다. 살면서 처음 있는 일이라 너무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다행히 금방 괜찮아졌지만 며칠 뒤에 또 다시 같은 증상이 찾아왔다.

손발이 뻣뻣하게 굳으면서 온몸이 마비되는 증상을 겪으며 난 죽음의 공포를 느꼈다. 혼자 도저히 지낼 수 없어 대구에 있는 재림이를 몇 번 응급 호출을 하기도 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손발 저림이 반복되며 난 밤에 혼자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감에 사로 잡혔다. 부산생활을 다 정리하고 가족이 함께 있고 싶었지만 학기 중이라 당장 그럴 수 있는 상황도 못 되었다. 약국에서 혈액순환개선제를 사서 먹기 시작했다. 어느 날 아침 주스에 약을 한 알 먹는데 가슴에서 딱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불편한 느낌을 감수하고 저녁에 야외에서 하는 제자의 공연에 다녀왔다. 약간 추웠는지 몸이 많이 긴장된 상태에서 돌아와서 전복죽을 조금 먹었다. 그런데 그때부터 가슴이 꽉꽉 쪼여 오면서 숨을 쉬기가 힘들고 죽을 것 같은 고통이 엄습해 왔다. 갑자기 온몸이 다 꽉 막힌 느낌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흉통이 심해지고 죽음의 두려움이 몰려왔다. 세 시간 가까이 고통을 참다가 드디어 백병원 응급실로 실려 갔다. 2년 전 당도관에 박힌 돌 때문에 응급실에 실려 온 후 급체로 다시 실려 온 것이다. 다시 보고 싶지 않던 응급실 풍경… 여기 저기 신음소리 울부짖는 소리….          

인간의 존엄성은 한쪽에 둔 채 이리저리 기계에 끌려 여러 가지 검사를 받으며 난 벼랑 끝에 내몰려 있었다. 각종 검사 결과를 기다리며 누워 있는 시간… 병원에서 응급처치로 놓아 준 약과 수액을 맞으며 난 비로소 정신이 들기 시작했다. 막상 죽음 앞에 서니 내가 그동안 방황했던 시간까지도 다 사치로 느껴졌다. 엄습해 오는 죽음 앞에서 외로움도 슬픔도 한쪽에 제쳐 둔 채 살려 달라고 온몸으로 몸부림쳤다. 나는 다시 살고 싶다고 하나님께 기도했다. 다시 살아서 저 문을 나간다면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겠다고 말씀드렸다. 두 시간 후 담당의사는 피검사와 엑스레이 검사결과는 괜찮다고 했다. 아마 급성 위염으로 인한 통증이었을 거라며 원하면 약을 처방하고 퇴원시켜 줄 수 있다고 했다.

난 밤중에 일어나는 몇 번의 마비 증세와 손발 저림에 대해서 물어보았지만 그건 신경내과 쪽으로 다시 와서 진료를 받아 보라고 했다. 더 이상 아무 처치가 없는 응급실에 잠시도 더 있고 싶지 않아 서둘러 퇴원 절차를 밟아 집으로 왔다.          

가슴이 쪼이는 통증은 조금 진정되었지만 간헐적 마비 증세는 이따금씩 왔다. 새벽에 다시 마비증세가 와서 결국은 수지침을 꺼내 들었다. EBM섭생을 하며 거의 쓸 일이 없었기에 한쪽에 제쳐 둔 수지침이었다. 일단 꽉 막힌 장을 풀어 줄어야 할 것 같아 대장승방과 폐정방을 처방했다. 스스로 자침 할 수 없어 붙이는 침으로 처치를 하고 응급처방으로 손끝을 사혈했다. 새까맣고 끈적이는 피가 흘러나왔다. 트림이 나오고 가스가 좀 배출되면서 가슴의 통증은 조금씩 약해져 갔다. 재림이를 깨워 주무르고 두드려 달라고 해서 또 한 번의 위급한 상태를 넘겼다.

밤중에 대구에서 급하게 호출받고 내려와 엄마를 간호하느라 지친 재림이가 잠들고 혼자 깨어 있던 나는 다시 EBM방송을 시청했다. 아무래도 다시 근본으로 돌아가 답을 찾아야 할 것 같았다. 방송에 나왔던 허봉수 박사님의 동영상 몇 개를 다시 몇 번이고 반복해서 보며 나는 조금씩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원인을 모를 땐 두려움이 엄습했지만 EBM강좌를 들으며 그동안 함부로 학대한 내 몸에게 위로의 말을 했다. 섭생에 필요한 모든 기본 원칙을 다 무너뜨리고 스트레스와 불안 속에서 세포가 원치 않는 음식들을 마구 먹었으니 내 몸이 반란을 일으키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나는 조금 천천히 가더라도 다시 섭생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모든 약을 다 끊고 내 몸의 독소부터 내보내기로 했다. 2주간을 내 몸에 맞는 과일 주스를 마시며 복부팽만과 가스를 해소했다. 약이 얼마나 내 몸에 쌓였는지 2주 내내 트림과 함께 입에서 약 냄새가 났다. 차츰 가슴 쪼임이 풀어지며 죽을 것 같은 두려움이 조금씩 물러갔다. 그리고 틈만 나면 걷고 스트레칭을 했다. 다시 살려 주심에 감사하며 일상의 나날들을 소중히 여기기 시작했다. 2주가 지나면서부터 밤에 마비증세가 오는 것이 훨씬 줄어들었다. 해가 지면 가끔씩 두려움이 엄습해 나도 모르게 근육이 긴장될 때도 있었지만 나는 끊임없이 기도하며 마음의 평강을 유지했다. 그리고 다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음을 감사해하며 조금씩 건강을 회복해 나가기 시작했다. 3개월간 갑자기 불었던 몸무게는 2주간의 과일 주스와 섭생을 시작하며 자연스럽게 다시 빠지기 시작했다. 2주간 과일 주스만 마시며 몸속의 독소를 내보내는 사이 5㎏이 감량이 되었다. 우리 몸은 얼마나 정직한지…. 나빠지는 것도 점차적으로 왔지만 음식을 바꾸니 좋아지는 것도 시간을 필요로 했다. 

방송에서 허봉수 박사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EBM섭생을 지도해 보면 한 달이 지나면 30%는 떠나가고 40%는 왔다 갔다 하고 결국 끝까지 하는 사람은 죽을병에 걸렸거나 죽을 만큼 고생한 사람들만 끝까지 한다고 했다. 나를 볼 때 그 말씀이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었다. 사람이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지… 그리고 얼마나 우리 몸이 섭생을 필요로 하는지 죽음의 고통을 겪고야 다시 한번 철저히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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