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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희 Apr 14. 2021

가족여행

갯새암 << 내 어머니의 샘>>


살면서 온 가족이 함께 여행해 본 기억이 없다. 우리가 어릴 땐 사는 게 힘들어 가족여행은 꿈도 꾸어 보지 못했고 커서는 각자 삶의 터전이 달라 함께 여행하기가 쉽지 않았다.


우리는 모일 때마다 다 같이 여행을 한번 가자고 했지만 우리가 워낙 대식구라 늘 머리를 맞대고 얘기만 하다 결국은 김천 집이 제일 모이기에 편하다고 결론 내리곤 했다.     


엄마가 두 번이나 쓰러지고 나서 우린 더 늦기 전에 가족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이 대식구가 어디로 갈지 많은 고민을 하다가 결국 내가 살고 있는 부산으로 여행지를 정하게 되었다.


1박 2일의 짧은 여정이지만 저녁때에 온 가족이 해운대 백사장을 걷고 그다음 날은 송정 바닷가에서 다 함께 일출을 보는 것으로 일정을 잡았다. 엄마는 언니가 차로 모시고 오고 다른 동생들은 다 기차를 타고 해운대로 왔다.


우리 집도 바다가 보이지만 다 같이 잘 수가 없어 바닷가에 있는 호텔의 가족 객실을 두 개 예약했다.          

바다가 보이는 넓은 가족 객실에서 다 같이 모인 우리를 보고 엄마는 너무 기뻐하셨다. 그렇게 온 가족이 함께 여행하기를 꿈꾸었는데 드디어 소원을 푼 것이다.


 호텔의 맨 꼭대기 층을 다 차지한 우리는 함께 앉아 수다를 떨며 아름다운 바다 풍경을 오롯이 즐겼다. 저녁식사는 대식구가 제각각 먹고 싶은 음식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뷔페를 갔다…. 룸 하나를 차지한 우리 식구는 각자 원하는 음식을 마음껏 먹으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엄마는 다리가 불편하신데도 이곳저곳을 다니시며 좋아하는 음식을 잘 공수해 오셨다. 우리가 이것저것 가져다 드린 음식까지 드시느라 꽤나 과식하셨을 것 같은데 속이 편하다고 하셔서 다행이었다.

그 많은 식구가 다 맛있게 먹을 수 있어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동생들의 칭찬을 받았다. 물론 시골 엄마 집에서 구워 먹는 고기와 생선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식사를 마치고 약간 쌀쌀한 밤바다를 엄마를 모시고 걸었다. 다리가 불편해 천천히 걸어야 하는 엄마의 속도에 맞추어 우린 떠들고 웃으면서 해운대 바닷가를 점령했다. 걷는 내내 아쉬운 마음이 파도와 함께 밀려왔다. 좀 더 빨리 가족여행을 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엄마가 두 번 씩이나 쓰러지고 몸이 불편하실 때 온 여행이라 시간이 너무 짧게 여겨졌다. 건강하실 때 모시고 해외에도 한번 나갔다 왔으면 좋았을 텐데 이제는 다리가 불편해서 마음대로 갈 수가 없어 안타까웠다. 엄마는 온 가족이 함께 바닷가를 걸으니 힘이 나는지 꽤 긴 시간을 산책하시고도 지친 기색이 없으셨다.   

        


밤공기가 쌀쌀해 다 같이 차라도 한잔 마시고 싶었는데 우리 대식구가 갈 만한 카페가 없었다. 몇 군데의 카페를 기웃거리다 우리는 결국 호텔로 돌아왔다. 미리 냉장고에 과일과 차를 준비해 놓아서 넓은 객실에서 옹기종기 모여 앉아 다과를 먹으며 엄마와 옛날이야기를 나누었다.


 멀리 보이는 밤바다 위로 등대의 불빛이 파도 위에 출렁거리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송정 바닷가에서 일출을 본 우리는 근처의 식당에서 미역국을 먹었다. 엄마와 동생들은 뚝배기에 끓여 나오는 미역국이 너무 맛있다며 잘 먹어 주었다. 가자미와 조갯살을 넣어 큰 뚝배기에 끓여 나오는 미역국을 서울에 사는 동생들은 신기해했다.


식사를 하고 바닷가를 산책하며 우린 다음 여행은 꼭 제주도에 가자고 약속했다. 막내 제부가 다음 여행 계획은 자기가 총대를 메고 추진하겠다고 해서 우린 만장일치로 지지하며 짧은 가족여행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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