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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희 Jun 19. 2021

팬데믹을 지나며

갯새암<, 내 어머니의 샘>>



         

겨울이 오며 중국발 신종 코로나 소식이 뉴스에서 흘러나왔다. 처음 코로나 19의 뉴스가 나올 때만 해도 코로나로 인해 우리의 삶이 이토록 바뀌리라고는 꿈에도 몰랐다. 구정이 지나고 갑자기 우리나라에도 슈퍼 전파자로 인해 코로나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2월 중순에 휴가 나오기로 한 재림이도 코로나로 인하여 휴가가 취소되었다. 면회조차 허용되지 않아 갑자기 마음이 힘들어졌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되어 두 달간 일상이 거의 마비가 됐다. 대구에서 수천 명의 확진자가 나왔고, 부산에도 확진자가 나와서 엄마를 보러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었다. 그때만 해도 김천에는 확진자가 없어, 혹시라도 우리 때문에 엄마가 감염될까 두려워 우린 스스로 조심했다. 코로나가 하루빨리 사라지길 간절히 원했다.


 다행히 4월이 되자 정점을 찍은 코로나는 그 확산세가 줄어들었고, 5월에는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되어 우린 드디어 엄마를 보러 갈 수 있게 되었다.           

5월 20일, 재림이는 마지막 휴가를 나와 그대로 전역했다. 그 주말에 재림이와 함께 바로 김천에 갔다. 엄마는 상추가 아주 예쁘게 자랐다고 고기 구워 먹으러 오라고 계속 노래를 부르셨는데, 코로나 때문에 3개월 만에 엄마를 보러 간 것이다. 더구나 제대한 재림이와 함께 가서 너무 기뻐하셨다.  

        


3개월 만에 본 엄마는 많이 쇠약해져 있었다. 다리도 훨씬 약해져서 걷는 것이 많이 불편해 보였고, 조금만 움직이셔도 기운이 달려 자리에 누우시곤 했다. 입맛도 별로 없어하셔 고기도 거의 드시지 못하셨다. 그래도 우리가 와서 좋으신지 틈만 나면 뭘 해 주려고 하셨다. 몸이 불편하신 중에도 우리에게 싸 줄 김부각과 다시마 튀김, 고추 조림을 잔뜩 해 놓으셨다.


오랜만에 모인 우리는 엄마와 함께 이야기 꽂을 피우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이제 코로나가 좀 잠잠해졌으니 자주 와서 엄마와 시간을 보내 드리자고 얘기했다. 자주 모이지 못해, 엄마가 조금 서운하신 것 같아, 가까운 시일 내에 다 같이 한번 모여 가까운 곳에라도 나들이 가기로 했다.  

        


다시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는 길…. 언니가 곁에서 혼자 엄마를 돌봐 드리는 게 마음에 걸렸다.  좀 더 자주 와서 서로 엄마를 돌봐 드려야 했는데, 코로나로 인해 한동안 오지 못해 엄마는 많이 외로우신 것 같았다. 매일 전화는 드렸지만 할 수만 있다면 일주일이라도 엄마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바로 밑에 동생이랑 이제 코로나도 좀 잠잠해졌으니 다시 순번을 정해 돌아가며 매주 엄마를 찾아뵙기로 얘기를 나눴다. 엄마는 매일 전화를 할 때마다 전화해 줘서 고맙다고 말씀하셨다.   

            


김천을 다녀온 후 3주째 되던 토요일, 동생과 함께 엄마를 보러 가기로 했다. 그 주에 엄마는, 더 불편해진 다리 때문에 다시 입원하셔서 간단한 시술을 받고 퇴원하셨다. 이틀간 병원에 계셨는데 엄마가 우리에게 알리지 말라고 하셔서 병원에 계실 때는 가 보지도 못했다. 퇴원하는 날 다리가 너무 가볍다며 좋아하셨다. 막내랑 큰언니랑 함께 드라이브를 하고 좋아하는 음식도 드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셨다고 했다.  

        


퇴원 후 그 다음날 엄마와 통화를 하는데 엄마 목소리가 너무 안 좋아 빨리 시골집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1주가 왜 그리 길게 느껴졌는지…. 매일 엄마랑 통화했지만, 목소리에 힘이 없으셔서 마음이 무거웠다. 목요일에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시골집이 걱정되었다. 전화를 드려도 받지 않아 끊었는데 조금 있자, 엄마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저녁은 먹었냐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지만, 토요일에 간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 동생과 함께 몰래 찾아가서 엄마를 깜짝 놀라게 해 줄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마지막 통화가 될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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