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와 불안장애 진단까지
늘 내 삶은 날카로웠다.
도무지 다듬어지지가 않았다.
종교가 있어도 좋다는 명상을 해봐도
유명한 자기 계발서를 읽어도
내 삶은 단 한치도 나아지지 않았다.
남들은 쉽게 해 나가는 일들도
나에겐 늘 버겁고 어려운 일이었고
별 일 아닌 것으로 넘기는 일들도
나에겐 너무 커다란 과제로 다가왔다.
뭐 하나 체계적으로 수행하는 것도 없고
제대로 끝마치는 일도 없었다.
내 삶은 한 단어로 "우당탕탕". 그 자체였다.
제대로 해낸 것이 단 하나도 없는 하루.
만족스러운 것이 단 하나도 없는 하루.
그 속에서 나는 늘 우울하고 불안하고
힘겨웠으며 무기력했다.
이렇게 평생 살아야 되는 거라면
그 자체가 너무 버거워
그냥 지금 생을 끝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죽음까지 생각할 즈음 병원을 찾아갔고
ADHD와 불안장애 판정을 받았다.
둘 다 검사 결과 척도가 높게 나왔고
불안함의 정도는 거의 공습경보 상태와도 같다고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늘 에너지가 없었던 나.
마음과 정신이 항상 무언가에
대비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에너지 소모가
크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불안한 긴장도가 높아 가만히 있어도
에너지가 떨어지니
정작 무언가를 실행할 에너지는 없는 것이다.
그러니 더욱 무기력해지고
그렇다고 일어날 힘도 없고,
계속해서 무기력과 불안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잠은 잘 자세요?"라는 의사 선생님 질문에
오히려 너무 많이 자는 것 같아서 고민이라고 했더니
"많이 지쳐있네요."라고 했다.
의사 선생님의 이 말이
왜 이리 위로가 됐는지 모르겠다.
'아, 내가 지쳐있구나.'
내 상태를 알아준다는 것,
그리고 나 스스로 알아차렸다는 것만으로도
왠지 모를 위안이 생기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ADHD도 검사 결과 상당히
높은 수준의 점수가 나왔다.
다만, 불안장애와 우울증
그리고 기분부전장애도 있는 것으로 보이니
먼저 이 부분을 다룬 후에
ADHD를 치료해 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우울증과 ADHD 때문에 병원을 찾아갔다가
불안장애가 있는 것도 알게 되었다.
정지음 작가의 <젊은 ADHD의 슬픔>이라는 책을 읽는데
책 내용 대부분이 내 이야기와 같아
'이거 난데?'라는 생각을 했고,
책에 나와있는 간단한 테스트에도
거의 다 해당되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깜짝 놀라 유튜브에 ADHD를 검색해서
여러 영상들을 보니
그동안 '나는 도대체 왜 이럴까?' 싶었던
문제들이 ADHD들의 공통적인 행동이라고 했다.
머리가 망치로 맞은 듯이 멍했지만,
동시에 나 스스로가 이해되기 시작했다.
왜 그동안 남들은 다 된다는 방법이
나에겐 해당되지 않았는지
왜 도무지 내 삶은 단 한 톨만큼도 변하지 않는지
왜 삶의 모든 부분이
나에겐 이렇게 버겁고 날카롭기만 한지.
그동안 가져왔던 모든 의문에 대한
답이 나타난 것 같은 기분이었다.
푸록틴과 아빌리파이정, 로라제팜
그리고 콘서타 18을 복용하고 있다.
그리고 이 치료를 받던 중
나는 내 삶을 완전히 바꿔 준 '미니멀라이프'를 접했다.
정리정돈을 못하고 체계적으로 행동할 수 없는
ADHD의 특성상 정신뿐만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주변 환경 또한
아주 어질러진 상태였다.
물건을 버리고 정리하며
내 신경에 거슬리는 것이 없도록
최소한의 것들로만 유지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이제껏 느껴보지 못했던
안정감을 느끼게 되었다.
안정, 평온, 내 삶에 대한 만족감이 늘어가다 보니
ADHD와 불안장애와 같이 가지고 있던
우울증과 기분부전장애는 이제 거의 완치된 단계다.
풀리지 않던 의문들이 풀려가고
내 삶에 꼭 맞는 지향점을 찾고 나니
30년간 날카롭다고 생각했던 삶이
이제는 살아볼 만한 것,
재밌고 행복한 것들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 과정을 되새기고 싶고 나누고 싶어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다.
나도 글을 통해 내 삶을 변화시킬 수 있었던 것처럼
누군가도 내 글을 통해 삶이 변화될 수 있길 바란다.
Before
Af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