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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개미핥기 Jun 10. 2021

비(非)주류? No, 'Be 주류'

#비주류선언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다.>

 

비(非)주류? No, 'Be 주류'

-비주류 선언 중-


� 어디를 가나 주류와 비주류가 나뉜다. 나는 비주류 중 비주류였다. 항상 마이너의 길을 걸어왔다. 어찌보면 지금도 마이너의 길을 걸으며 비주류가 세상을 전복하는 꿈을 꾸고 있다. 그 꿈은 말 그대로 꿈이다. 주류에 밀린 비주류는 세상에서 쉽게 사라지기 때문이다. 나처럼. 


� 비주류로 살아간다를 다른 말로 하면 그냥 개고생한다는 것. 젊을 때 고생은 사서 한다는데, 20대 초반부터 개고생을 사서 했다. 안 되는 것을 알면서 이겨보려고 애썼다. 대학교 4학년, 대학원 준비를 하며 청천벽력의 진단을 받았다. 바로 '난독증', 글을 읽는 거 자체가 어려운 상태라는 것. 온갖 수단을 다 써봤고, 안간힘을 써봤다. 결국 치료는 불가능했다.


✴ 그래도 한 번 세운 목표를 쉽게 꺾기 어려웠다. 힘들어도 꾹 참고, 대학원 진학에 힘 썼다. 하늘이 도왔는지 좋은 선생님과 좋은 동료들을 만나 공부를 계속할 수 있었다. 공부하며 가장 곤욕이었던 부분은 일주일에 천 단위 페이지를 읽어내야 하는데 쉽사리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책을 볼 때, 글자는 내 눈과 멀어지고 싶어했다. 내 시야를 벗어나고자 했고, 내 시야로부터 소극적이길 원했다. 대신, 책 위 검은색 아지랑이는 나와 춤이나 추며 놀자고 속삭였다. 


☄ 아지랑이가 보일 때마다 마음을 다 잡았다. 글을 한 번 가렸다가 다시 보기도 했다. 안 되면 한 문장씩 읽으려고 페이지 전체를 손으로 덮었다. 꼭 어린 아이에게 엄마가 글자 하나하나 손으로 짚어주는 것처럼 한 손은 문장을 가리키고, 한 손은 나머지를 덮었다. 그렇게 하니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조금씩은 읽을 수 있었다. 매주 그렇게 허상처럼 보이는 아지랑이와 씨름을 했다. 


� 검은색 아지랑이와 씨름을 하면서도 '긍정'이란 단어를 포기하지 않았다. '꿈'이란 허상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걸 반영하듯 내 소개는 "책을 읽기 싫어하는 국문과 대학원생"이었다. '싫어한다'에는 단순히 싫다는 의미보다 '애증'을 담고 있다. 읽고 싶어도 읽지 못한다는, 하지만 나는 여전히 글을 사랑한다는 것을.


� 그래도 내가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읽던 책들이 있다. 교과서도 아니고, 누군가 정해준 규칙도 아닌, '장르문학'이다. 무협이든 판타지든, 내 인생에서 뗄래야 뗄 수 없는 소설이다. 무엇보다 장르문학은 내게 아지랑이를 보여주지 않으려고 애썼다. 물론,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단, 쉬운 문장과 빠른 호흡으로 의식하지 못하도록 유도했다.


� 또한, 장르문학은 내게 선물이었다. 유년시절에도 많은 책이 있었지만 읽지 않았던 나를, '책'의 세계로 빠져들게 했기 때문이다. 줄곧 읽어가는 그 이야기 속에서 새로운 꿈을 꾸기도 했다. 남들은 생각할 수 없는 생각도 했다. 대학교 1학년, 과학 수업에서 '우리는 외계인이 조종하는 게임 속 캐릭터'이다라고 썼다. 과학 수업이어서 그런지, 그 레포트는 B를 받았다. 하지만 전체 수업은 A를 받으며 그에 대한 아쉬움을 남겼다.


� 초등학교 시절부터 용돈이 없음에도 방과 후 꼭 들렀던 곳이 '책방'이다. 아, '만화책방'이다. 만화와 소설로 가득찬 그곳을 꼭 들렀다. 아직도 기억나는 회원번호는 486번. 형이 물려준 회원번호이긴 한데, 10만명의 회원이 넘어가는 와중에도 나는 이 번호로 단골임을 입증했다. 책방 주인분도 바뀌지 않고 그 자리를 지켜주셨다. 그리곤 나를 단골 취급해줬다. 내가 책 읽는 것이 느리다고 말하니, 연체가 아닌 연장을 자주 해주셨고, 방학일 경우 한 달 동안 '시리즈'를 다 빌려주셨다. 그 책방이 아니었다면, 나는 지금 글과 거리가 '더욱' 멀어졌을 것이다. 


� 그렇게 쌓아놓은 친근함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내가 유일하게 사용하는 웹툰/웹소설 플랫폼 카카오페이지 작품 목록에 490개의 작품이 담겨 있다. 그 작품들은 매일마다 나에게 읽어달라고 아우성이다. 알림을 통해. 그 알림은 사실 내게 곤욕이다. 하루에 2~3시간을 할애해야만 다 볼 수 있기 때문. 그럼에도 놓치기 싫다. 그 재미를, 그 흥미를, 그 흡입력을 그리고 그들의 성장을 말이다. 


� 대부분의 작품은 연재하며 성장하는 경우가 많다. 간혹 하강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때 나도 하차한다. 내게는 아주 드문 경우이긴 하다. 한 번 열람했다는 것은 '나와 인연이 닿았다'는 것을 의미하고, 나는 그 인연을 쉽게 놓지 못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어지간해서는 다 보려고 노력한다. 나는 이미 그 작품의 '팬'이기 때문. 


� 다른 말로 하면 미련이 많은 사람이랄까? 내가 1화라도 봤다는 것은 그 작화랑 스토리가 마음에 들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초반에 미흡하더라도, '성장할거야!'라는 믿음을 가지고 본다. 그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응원이다. 이러한 과정 속에 있는 작품이 있다. 카카오페이지에 연재되는 '[불사무적](https://page.kakao.com/home/51516006)'이다. 


⚡ 불사무적 작화는 내 취향이 아니다. 그럼에도 계속 보게되는 이유는 소설판 불사무적의 팬이기 때문. 스토리가 좋고 시원하여 밤 지새며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걸 기대하고 처음에 불사무적 웹툰을 봤을 때,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단조로운 그림체와 기본적인 형태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 첫화를 보고 실망했지만, 성장할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지금도 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작화는 거기서 거기.


� '내가 왜 그럴까?'라는 생각은 단 하나의 단어로 종결지어진다. 바로 '팬'. 나는 이미 대중 사이에 넓게 퍼진 작가의 팬이다. 그들은 학계에서는 비주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중의 힘을 업어 그들은 이제 '(Be)주류'다. 학계는 그들을 문학장이라는 틀 안에 완벽히 편입시키지 못하지만, 그 파급력을 무시하지 못한다. 그래서 곳곳 대학에 웹소설학과 등 다양한 이름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다.


� 그 와중에 나는 의문이 하나 생겼다. 다양한 웹소설 플랫폼이 있고 세계적으로도 잘 나가는데, 작품에 대한 글을 온전히 풀어내는 플랫폼이 존재하지 않다는 점. 만약 하나의 점으로 모을 수 있는 플랫폼이 주어진다면? (Be)주류가 되는 그들이 더 높이 솟아 오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수익 외에 관심이 없다며 모르겠지만, 서브컬쳐 그 이상의 지위를 누릴 수 있다면 해볼만 하지 않을까? 여튼, 이제부터 시작이다. 


� 위와 같은 생각으로 뉴스레터를 만들기 위해 최근 필진들을 찾아헤매고 있다. 1년 넘게 스타트업을 운영하며 느낀 점은, 영업이 전부라는 것. 영업을 통해 새로운 것을 해낼 수 있다는 것. 우선 첫 번째 대상이 될, 필진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고 좀 더 세밀하고 예각화하여 사업을 구성하려고 노력중이다. 그 후에 구독자 100명을 어떻게든 모아, 생각을 들어보고자 한다. 


� 기획안도 없이 아이디어만으로 사람을 만나고 있다. 무모하다고 할 수 있는데, 많은 분들이 좋은 의견을 줘서 소중히도 예각화 진행중이다. 다시 한 번 느끼지만, 나는 내 삶에서 만난 사람들의 총체이며, 그들이 내 전부이다. 다시 한 번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위 이미지는 유튜브 비주류로부터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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