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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개미핥기 Jul 09. 2021

2️⃣ "창피하지 않았어??"

#어렸을때 #추억 #급식비 #등록금 #면제 #가난

� 책은 저와 함께 공부했던 소준철 선배의 책입니다. 가난이라는 측면에서 사회적 접근을 실행한 것이고요. 현 빈익빈 부익부가 극화되는 상황에서 읽으면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되시면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소준철, <가난의 문법>


� 저의 가난과 관련된 과거 에피소드 두 번째입니다. 창피하지 않았냐고 묻는 엄마의 행위에 물음표를 던지는 당당함에 맞서는 과거의 저였습니다. 한 번도 가난이 부끄러운 적이 없었고, 주어진 것에 만족하며 새로운 것을 창출하고자 노력했을 뿐입니다. 그래서 지금, 남들보다 못하다는 것에 대해 시기질투하지 않고, 현재에 주어진 것에 만족하는 삶을 누리는데 치중하는 것 같습니다. 


� 뭐랄까? 저는 이렇게 만족하다보니, 제가 돈이 필요할 때 딱! 필요한 만큼의 돈이 쌓인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더 욕심을 부리지 않고, 앞에 있는 것을 활용하여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택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사치도 없고, 절약도 적당하고, 남들에게 베풀며 살아가려고 노력하고요. 과거부터 제 인생의 모토는 '안빈낙도'였어요. 그 안에 내재된 저만의 뜻은 '삼시세끼 먹고 살면 충분하다'는 마음가짐이요. 


⏲ 사실 지금도 제 삶은 순탄치 않아요. 1년 반동안 이끌어왔던 사업은 실패라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시점이고, 백수가 된 상태니까요. 또한, 2주 뒤에 있을 결혼까지도 코로나로 인해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됐잖아요? 그래도 저는 뭐, 될대로 되라는 식입니다. 무언가 꾸준히 하다보면 하나의 결실을 맺지 않을까요? 그러면 곧 1일 1치킨 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물론, 여자친구가 치킨 건강에 좋지 못하다고 못 먹게 합니다. 아마도 1일 1치킨은 잘 살아도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히히, "창피하지 않았어?" 시작합니다!




요새도 하는지 모르겠지만 중학교 올라가고, 으레 그러하듯 호구조사를 담임 선생님께서 진행하셨다.


"모두 눈을 감고, 혹시 집에 어머니나 아버지가 안 계시거나, 집안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 있으면 손들어 줄래?"


나는 당당하게 손 들었다. '사각'하는 소리가 들렸고, 선생님이 나의 이름을 체크한 것처럼 보였다. 아니, 근데 한 번 더 '사각'하는 소리가 들렸다. 속으로 생각했다. '나말고 또 있나?' 누구인지는 찾아내지 못 했지만, 여튼 그날은 아무일 없이 지나갔다. 그리고 새로운 학기 시작으로 정신없는 한 주가 지나간 후, 선생님은 조용히 나를 불렀다.


"일전에 손들었던 거 있잖아, 그래서 우리가 등록금을 면제해줄 수 있는지 알아볼거야. 자세한 이야기는 양호 선생님이랑 상담하면 되니까, 지금 양호실로 가봐"


그렇게 나는 양호실로 향했고, 양호 선생님과 마주했다. 왜 양호 선생님이 담당이었는지 모르겠지만, 학생 복지 관련하여 담당하신 듯 했다. 건강과 관련한 책임을 지니까 그런거였나? 여튼, 양호 선생님은 우리 집안 사정에 관하여 자세하게 물어봤고, 나는 그에 대해 솔직하게 대답했다. 아니, 조금은 과장을 섞었다.


"저희집은 많이 가난하고, 어머니, 아버지 일하시느라 많이 바쁘세요. 삼시세끼 밥은 챙겨먹을 수 있을지 언정, 월급날 아니면 치킨 한 마리 시키기 조차 버거워요. 그래서 저는 등록금 면제가 된다면 받고 싶어요 선생님."


선생님은 나의 이야기를 듣고, 최대한 그럴 수 있게 해주겠다고 이야기했다. 거기서 끝나는 줄 알았는지 선생님은 나보고 교실로 돌아가라고 말하려고 하셨다. 그때 나는 선생님 책상 위에 있는 급식비 면제 서류를 확인했다. 그것을 확인하고 급하게 선생님께 한 마디 더했다.


"선생님 급식비도 면제가 안 되나요?"


처음에 선생님은 당황하셨지만 말을 해주셨다.


"지금 상황이라면 충분히 해줄 수 있을 것 같아. 나중에 서류 작성해야 하니까, 내가 부르면 양호실로 와줄래?"


그렇다. 그렇게 나는 얼굴에 철판을 깔고 등록금과 더불어 급식비 면제를 얻어냈다. 즉, 학교에 기본적으로 내야하는 금액을 모두 내지 않게 된 것이다. 속으로 쾌재를 불렀고 엄마한테 이야기하면 좋아하겠다고 생각했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 가서 엄마한테 이러한 사실을 말했다. 갑자기 엄마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내게 물었다.


"창피하지 않았어?"


나는 엄마의 그 한 마디에 물음표를 던졌다.


"그게 왜 창피해? 돈 안 들어서 완전 좋은데, 엄마는 왜 울어? ㅋㅋㅋㅋㅋ"


나는 울고 있는 엄마 앞에서 호쾌하게 웃었다. 엄마는 내가 웃자 같이 따라 웃기 시작했고, 우리는 아무일 없다는 듯 그날 그렇게 흘러갔다. 그러나 나의 이 철판을 깐 행동은 중학교에서 멈추지 않았다. 고등학교, 고등학교 때 다니던 학원까지 이어졌다.




며칠 전, 상견례를 했다. 어머니는 이 이야기를 다시 한 번 꺼냈다. 그러면서 눈물을 훔치셨는데, 그때 마주했던 감정과 달라 솔직히 나도 놀랐다. 조금은 먹먹했을 당시 어머니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그때 내가 했던 행동이 부끄럽거나 창피하지 않다. 지금도 당당히 누구에게도 말할 수 있는 과거였고, 앞으로도 내가 힘들거나 어렵다면 무릎을 꿇어서라도 경제적 도움을 받을 것이다. 그것 자체가 생존을 위한 첫걸음이고 수단으로 작용하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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