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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개미핥기 Dec 29. 2020

Moo'tice

#28, 다시 송정해수욕장


운전에 몰입하다 보니 어느 샌가 송정해수욕장에 다다랐다. 흔히 남자들이 여행가면 그렇듯이, 우리는 송정해수욕장에서 풍경과 풍광에 관심이 없었다. 바로 친구들은 내게 물었다.


"야, 여기 맛집은 어딘데?"


역시 예상대로 였다. 친구들은 먹을게 우선이었다. 나는 지체없이 대답했다. 나 또한, 금세 허기가 졌기 때문이다.


"#송정집"


사실, 나는 이미 그 집으로 운전해서 가고 있었다. 송정해수욕장 바로 앞에 있었기 때문에 멀리 갈 필요도 없었다. 물론, 송정집에는 주차장이 작아 근처에 대거나 바로 앞에 유료주차를 해야한다. 나는 우선 친구들에게 먼저 내려서 대기하라고 했다. 번호표를 빠르게 뽑지 않으면 오랫동안 대기를 해야했기 때문에 나 혼자 주차하러 갔다.


기다림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나 혼자서 송정해수욕장을 잠깐이나마 바라보고 싶었다. 보통 대기 시간은 1시간 가량, 그 정도면 충분히 혼자서 풍경과 풍광을 즐길 수 있었다. 그렇게 내가 고백한 그 바다를 잠시나마 향유하고 오기로 했다. 친구들은 모르게 말이다.


해수욕장 바로 앞에 차를 대고 잠시나마 백사장을 걸었다. 뜨거운 뙤약볕 까지는 아니었지만 부산의 온도는 높았다. 그리고 해수욕장의 온도는 더 높았다. 덥기는 했지만 걸을만 해서 혼자서 파도 앞까지 걸어갔다. 잠시 후, 그 장소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추억이 스물스물 올라왔다. 하지만 곧바로 몰입감이 깨졌다. 친구들에게 전화가 온 것이다.


"똥 싸냐? 바다에 빠졌냐? 자살하는 건 아니지?"


역시 친구들이었다. 받자마자 하는 소리가 저거라니. 나는 곧바로 핑계를 댔다.


"차 댈 곳이 없어서 둘러보느라 그래. 사람들이 워낙 많잖아. 좀만 기다려. 차 대고 갈..."


친구들은 다 듣지도 않고 끊었다. 역시 '나의 친구들'이었다. 자기들 할 말만 하고 대화를 끊어버리는 기술이 아주 좋다. 한 순간 오지도 않은 전화를 붙잡고 말을 하는 내가 됐다. 갑자기 #임창정 의 #소주한잔 이 떠올랐다.


'여보세요. 나야, 거기 잘 지내니

여보세요 왜 말 안하니'


허공에 대고 혼자 핑계를 대는 도중에 끊어졌다. 나 혼자 창피했다. 아무도 모를텐데도 말이다. 여튼 전화를 끊자마자 나는 다시 회상에 젖어들려고 했다. 하지만, 한 번 끊어진 집중은 도무지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냥 포기하고 발길을 돌려 걸어가기로 했다. 근데 운도 지지리도 없지, 누군가 파놓은 구덩이에 발이 '폭'하고 빠져 버렸다. 앞으로 고꾸라질 뻔했다. 아니, 거의 고꾸라졌다. 창피했다.


급하게 자세를 잡고 두리번 거렸다. 다행히 아무도 내게는 관심이 없었다. 역시 세상은 내 생각보다 내게 관심이 없었고, 다들 자기 사느라 바빴다. 여유를 즐기고 돌아가려는 계획이 모두 깨졌다. 그 자리를 급하게 피하고자 달렸다. 다시 한 번 넘어질 뻔 했다. 백사장을 달리는 일은 너무나 힘들었다. 게다가 신발에 모래가 많이 들어가 불편했다. 돌아가는 길에 차에 들러 신발을 한 번 털고 송정집으로 향했다.



ps. 송정집을 추천해준 사람은 그 사람이다. 그 사람은 "여기는 꼭 먹어야 해!"라며 나를 데리고 갔다. 생각보다는 맛있었지만, 엄청나게 맛있다는 생각은 안 들었었다. 여름 날에 뜨거운 것을 먹었기 때문이리라.



#부산 #송정해수욕장 #맛집 #여행 #맛집탐방 #친구들과여행 #즐거웠다 #즐거웠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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