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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개미핥기 Dec 28. 2020

Moo'tice

#27, 그때의 마지막 메시지

그 사람이 보낸 메시지의 내용은 남자 친구와 이별을 결심했다는 내용이었다. 최근 들어 남자친구가 소홀해졌고, 자주 아파하는 자신의 모습에 많이 힘들어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남자 친구가 자신에게서 마음이 떠난 거 같다고 말했다. 또한, 나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다는 고백 섞인 내용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럴 여유가 없었고, 정신이 없었다.


특히, 그 당시 그 사람보다 나를 더욱 살뜰히 챙겨주는 사람이 바로 옆에 있었다. 같은 분과에 있는 사람으로, 우리는 매일 같이 만나 수업도 듣고 공부도 하고 영화도 보며, 알게 모르게 서로에게 마음을 주고 있었다. 일전에 있었던 그 일 이후로, 나는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넘겨줄 정도의 텀이 생긴 것이다.


그래서 그 사람에게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다. 사실 그 사람이 내게 마음을 전한 내용은 직접적이지 않고 돌려말하는 식이었다. 그 돌려 말하는 방식이 애매했기에 나는 모르는 척 넘어가는 걸 선택했다. 그에 대한 답을 보내기로 했다.


"누나! 정말 좋은 결정이에요. 누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하고 오랫동안 만날 이유가 없어요. 예심 준비하는 동안 옆에 있는 사람이 정말 중요한데, 그 남자친구는 누나한테 도움 준 게 없잖아요. 그 기간 버티느라 고생 많았어요. 저도 요새 예심 준비하느라 정말 힘든데, 누나는 더 힘들었겠어요. 일단은 몸부터 회복해야 하니까, 본가 내려가서 푹 쉬다가 와요. 그래야 다음을 준비할 수 있죠. 진짜 고생 많았어요. 누나!"


내가 보낸 메시지의 내용은 기본적으로 예심으로 인한 고통을 공감하고, 부산으로 내려가 푹 쉬고 오라는 이야기였다. 일단은 현재를 회피해서 그 사람의 요구에 대한 응답을 돌려서 거절한 것이다. 또한, 내가 다른 사람과 마음을 주고 받는 다는 내용을 쉽게 말할 수 없었다. 나의 상대방은 우리의 관계를 비밀로 유지하길 원했다. 주어진 환경 안에서 공부에 집중하기 위함이라고 말하긴 했지만, 그 속내에는 다른 의도가 있긴 했었다.


내가 다음 날 아침 보낸 메시지를 그 사람은 한동안 읽지 않았다. 대신 그날 밤에 답장이 왔다.


"응 고마워! 너도 예심 힘내서 꼭 통과해! 너 말대로 아침에 부산 바로 내려왔어. 몸이 안 좋다고 하니까 엄마가 내려오라고 하셨어. 그래서 지금 부산이야. 내가 옆에서 챙겨주지는 못 하겠지만 예심 잘 통과하고, 내가 서울가면 우리 만나자. 화이팅!"


나는 그 메시지에 답장을 할 수 없었다. 그게 끝이라고 생각하기도 했고, 정신이 없었던 탓이기도 했다. 그렇게 그 사람을 잊고 당장 마주친 예심과 다른 사람과의 일과를 즐기는데 몰입했다. 그렇게 서서히 그 사람은 잊혀져 갔다. 그리고 그 사람은 내가 본심사를 준비하는 동안 세미나실에서 가끔 마주쳤는데, 어느 샌가 보이지 않았다. 알고 보니 그 사람은 몸이 많이 안 좋아져서 본심사를 포기하고, 부산에서 쉬는 중이었다. 




ps. 그 사람은 몸이 안 좋다는 말을 자주 하곤 했다. 혼자 사는 서울 생활이 너무 힘들다고도 했다. 그래서 나에게 옆에서 있어주면서 우리 같이 공부하는 건 어떠냐고 제안도 했다. 또한, 결혼해서도 당신이 독일로 유학 갈 거면 자신도 같이 가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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