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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개미핥기 Jan 04. 2021

Moo'tice

#31, 해동용궁사에 간 세명의 난쟁이 똥자루


우리는 송정집에서 다 먹고 무엇을 할까 고민했다. 바로 '서울로 올라가야 하나'라는 아주 잠깐의 고민이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는 않았고, 우리는 부산을 더 둘러보기로 했다. 적어도 '저녁은 먹고 가야지!'라는 생각으로 부산의 갈 곳을 둘러봤다.


하지만 남자 셋이 갈 곳은 마땅치 않았다. 그런데도 포기하지 않았다. 어스름해질 즈음에 우리는 행선지를 정했다. 그곳은 #해동용궁사. 처음에는 #범어사 를 갈까 고민했지만, 이왕이면 해안도로를 따라 운치를 즐기기로 했다.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생각보다 차가 많이 막혔고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그곳까지 당도하는데 30분이 걸렸다. 사실 가는 데는 별로 안 걸렸지만 주차하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주차하고 용궁사로 향하자마자 우리는 먹을 것부터 먹었다. '역시 여행은 식도락이야!'라고 외치며 바로 호떡을 사먹었다. 그 다음 바로 오뎅집을 향했다. 오뎅만 오천원어치 먹었는데, 우리가 방금 밥을 먹고 온 사람이 맞는지 의아했다. 


본격적으로 해동용궁사를 탐방하기 시작했다. 교통안전기원탑에 서서 기도를 한 번 드리고, 해안을 향해 나아가다 용문석교에서 동전을 던지며 우리 셋의 행복한 미래를 기원했다. 물론, 던진 동전이 들어갔는지 밖으로 떨어졌는지는 모르겠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동전을 던지기도 쉽지 않았고, 내가 던진 동전이 어떤 것인지 찾기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라느 심정으로 던지고, 다른 사람이 넣은 것에 대고 내가 넣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우리는 작은 부처님을 씻겨 드리며, 건강을 위해 신비한 약수를 챙겨 마시며, 둘레길을 걸어다니며, 작은 여유를 즐겼다. 작은 여유는 진짜 작을 수밖에 없었다. 사람이 무척이나 많아서 '나의 작은 공간'조차 지켜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우리는 겨우 작은 공간을 확보하고 셋이 들어갈 수 있는 프레임을 확보했다. 하지만 셀카로는 우리 셋이 잘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 중 아무나 붙잡고 도움을 청했다. 그분은 흔쾌히 우리의 부탁을 들어주셨다.


"하나, 둘, 셋! (찰칵) 한 번 더 찍을 게요. 하나, 두울 (찰칵)"


우리는 모두 어리둥절했다. 갑자기 둘에 찍다니? 그래도 우리는 그분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고, 찍어주신 사진을 봤다. 우리 셋은 모두 난쟁이 똥자루처럼 나왔다. 특유의 각도 때문인지 우리 셋 모두 다리가 무척이나 짧아 보였다. 남들에게 보여줄 수 없을 정도였다. 그렇지만 우리는 당당하게 SNS에 게재하며, 우리가 부산에서 '재밌게' 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마지막 사진을 찍고 우리는 108계단을 올라 해동용궁사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나는 친구들에게 제안을 했다.


"작은 절인데 여기보다 고즈넉하고 풍경이 좋아 갈래?"


친구들은 별말 없이 좋다고 했고, 나는 그렇게 #해광사 로 향했다. 해광사는 그 사람의 집안이 다니는 절인데, 다시는 오지 못할 것 같아 마지막으로 풍광을 담고자 향했다. 친구들은 이 사실을 몰랐고, 그냥 내가 좋다니까 아무말없이 않고 따라왔다.


또한, 해광사는 부산에서 내가 그 사람과 그 사람의 어머님과 함께 처음 갔던 장소였다. 



ps. 부산에는 해동용궁사도 유명하지만 범어사도 유명하다. 범어사를 갈까 해동용궁사를 갈까 고민했지만 거리 때문에 우리는 해동용궁사로 향했다. 다음에는 친구들과 다시 부산을 온다면, 범어사를 향해 가기로 결정했었다. 그리고 우리는 아직도 가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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