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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개미핥기 Jan 07. 2021

Moo'tice

#33, 돌아가야 하는 마지막 날에


어처구니 없게도 나는 기억을 더듬어 해광사를 둘러봤다. 주차장에서 입구로, 입구에서 대웅전으로, 대웅전에서 식당으로, 식당에서 오랑대로, 나는 기억속 행복 여행을 떠나는 중이었다. 그때 친구들은 나의 인도에 따라 아무런 생각없이 따라왔다. 그리고 친구들은 한 마디씩 외쳤다.


"와, 여기 풍경 엄청 좋네. 너 혹시 이전에 여기 왔었냐? 아, 왔겠지? 그러니까 우리를 데리고 왔지 ^^"


역시 친구들이다. 눈치가 빠르다고 해야하려나, 아니면 역시나 그런 놈들이구나라고 생각할까? 해광사는 소규모 절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삽시간에 다 둘러봤다. 그리고 또 한 번 이어지는 친구들의 한 마디.


"저녁 먹으러 가자! 이제 저녁 먹고 올라가야지!"


분명히 우리는 송정집에서 '그 많던 음식을 다 비운지 얼마 안 됐는데, 나는 배가 그렇게 안 고픈데, 또 저녁을 먹자고? 얘네들은 배에 거지가 있나? 아니 소화력이 좋은 거겠지 그렇겠지?' 그런 것이라 생각하고 친구들에게 물었다.


"뭐 먹고 싶은데?"


친구 둘은 생각도 안하고 외쳤다.


"돼지 국밥이지"


왜 생각을 안하지? 우리는 분명히 아침에 돼지 국밥을 먹었는데 말이다.


"또 돼지 국밥을 먹자고? 우리 아침에 먹었는데? 기억이 안나?"


둘은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더니 말했다.


"부산의 마지막 밤인데 당연히 국밥 아니냐? 그걸 모르냐?"


솔직히 이해가 안 갔지만, 2:1인 상황에서 나는 무엇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순순히 돼지 국밥 맛집으로 그들을 끌고 갔다. 사실 부산에 널려있는 돼지 국밥 중에 유명한 곳은 그저 그런 맛을 제공할 뿐이다. 내가 아는 곳은 로컬 맛집으로 소문난 곳인데, 다른 곳들과 가벼운 차이를 지니고 있다. 물론 그 차이가 엄청난 차이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끓여내는 돼지 국밥과는 기본적인 차이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그곳 또한 그 사람이 알려준 곳으로, 그 사람과 함께 갔던 추억이 깃든 곳이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또 그 사람과의 기억을 떠올리며 그 국밥집에서의 짧은 30분을 보냈다. 30분 동안 수많은 고민을 했는데, 그 중에 그 사람네 집을 한 번은 찾아가보고 싶은 생각이 가장 컸다. 


마지막, 그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계속해서 머릿속에 맴돌았는데, 그 때문에 그 집 앞에 찾아가 인사를 나누고 싶었다. 물론, 그 사람과 인사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과의 과거와 인사를 나누고 싶었다. 더이상 여기는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당신을 더이상 내 마음이나 머릿속에서 찾아헤매지 않을 것이라는 그런 약속말이다.  


결국, 나는 서울로 돌아가기 전에 그 사람의 집을 찾아가기로 결정했다. 친구들에게는 뭐라고 딱히 말하지 않고, 근야 내가 마지막으로 가고 싶은 곳이 있다고 말했다. 친구들은 눈치를 챘는지 모르지만 순순히 그러라고 했고, 나는 차를 몰고 그 사람의 집으로 향했다.


곧이어 익숙한 2층 전원주택의 전경이 내 눈에 들어왔다.




ps. 부산에서 먹어본 돼지 국밥집 중에 그 사람이 추천한 곳이 가장 맛있었다. 다른 곳은 '다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곳은 예외였다. 너무나 맛있었고, 입이 즐거웠다. 상호명을 적지 않은 것은 기억이 나지 않아서다. 너무 강렬했던 탓인가? 기억 속에서 잊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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