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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개미핥기 Jan 05. 2021

Moo'tice

#32, 과거의 해광사와 세명


해광사의 배경은 바다다. 바다 앞에 단촐하게 지어진 절이 바로 해광사다. 그래서 풍경이 좋고, 공기가 좋고, 걸어다니기 좋다. 그 사람과 그 사람의 어머니를 대동하고 해광사를 처음 찾은 때는 그 해의 #석가탄신일. 그 사람의 어머니는 불교를 열심히 믿으셔서 우리를 데리고 함께 갔었다.


무교인 나는 그 사람의 어머님이 끌고 가는 차를 함께 타고 갔을 뿐인데, 그때의 기억이 좋았다.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고답적'이었다. '속세에 초연하며 현실과 동떨어진 풍광 속에서 이렇게 고상한 곳이 어디있을까?'라는 생각이 우선적으로 들었다. 물론, 그 안에는 불교에서도 종파에 따라 다른 아름다움이 섞여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뿐, 이렇게 큰 차이가 있을 줄은 몰랐다. 


우선 종교의 예를 다하고 식당으로 향했다. 그 분위기는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고답적인 그 분위기 안에서 한끼 식사를 대접 받다'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밥을 담아 셋이 함께 모여 식사했다. 여러 말이 오고 갔는데, 그 와중에 주로 종교이야기를 많이 했다.


앞서 말했던 종파에 따른 차이 그리고 부산에 있는 해동용궁사, 범어사, 해광사까지, 그 사람의 어머님은 그 차이를 상세하게 설명해줬다. 사실 듣기는 했지만 천태종과 조계종의 기본적인 차이만을 이해할 수 있었을 뿐, 그 이상은 알지 못했다. 아니 알 수 없었다. 무수한 말들이 오가는 와중에 나는 그 이야기보다는 그 사람에게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밥이 너무나 맛있어서 다른 것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셋은 그렇게 해광사에서 맛있는 한끼를 대접받고 오랑대를 향해 나아갔다. 오랑대를 비추는 햇볕은 너무나 따스했다. 아직 여름이 오기 전인 봄날이라 더욱 그러했다. 그리고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적절하게 햇볕의 뜨거움을 식혀줬다. 그 사람의 어머님은 오랑대를 많이 봤다며 나와 그 사람보고 다녀오라고 그랬다. 그 동안 그 사람의 어머님은 주차장에서 아는 분들을 만나 회포를 풀었다. 


나는 그 사람과 오랑대로 나아가 불교 예법에 맞는 기도를 드리며, 우리의 행복한 한때를 즐겼다. 그때는 배도 부르고 따뜻한 햇볕도 비추고, 시원한 바닷바람도 부는 삼박자가 갖춰져 있어서 너무나 행복했다. 그 사람과 홍학을 바라보며 떨어지는 벚꽃잎을 맞을 떄처럼 환상적인 시간이었다. 자연의 풍경이, 풍광이 그렇게 이쁘다는 것을 난생처음 느끼는 시간이었다. 우리는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며 그렇게 해광사에서의 멋있는 추억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추억은 친구들과 함게 해광사를 방문했을 때 떠올랐다. 하지만 나를 괴롭히기 보다는 행복하게 만들어줬다.




ps. 친구들과 해광사를 방문한 것은 새로운 느낌이었지만, 그 사람과 함께했을 때보다는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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