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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개미핥기 Jan 08. 2021

Moo'tice

#34, "마지막 인사하러 왔어요. 안녕"


그 사람의 집 앞에 도착하니 익숙한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검은색 대문, 그리고 그 옆에 있는 그 사람 어머님의 차, 환하게 빛나고 있는 그 사람의 방, 안을 보면 훤히 보이는 거실까지. 하지만 나는 집 근처에도 가지 못 했다. 저 멀리 차를 대고 근처를 서성일 뿐이었다. 그때 친구들이 말했다.


"우리 담배피고 있을 테니까, 다녀와 ^^"


마지막의 그 웃음은 확실히 비웃음이었다. '쟤가 저런 적이 없었는데?'라는 웃음의 의미도 담겨 있었다. 한 번도 여자친구랑 헤어지면서 질척거렸던 적이 없었다. '끝나면 끝난 거지'라는 생각으로 전 사람들을 대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너무나 달랐다. '결혼'이라는 생각이 들어갔기 때문인지, 쉽게 '미련'에서 벗어나지 못 했다. 이러한 면이 나를 '질척이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나는 그 사람의 집 앞으로 서서히 다가갔다. 거실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다가섰다. 마치 그 집을 털러온 도둑처럼 살금살금 걸었다. 발자국 소리도 나지 않게 말이다. 하지만 대문 앞까지도 가지 못 했다. 그저 서성이다가 친구들이 뭐하다 쳐다보기를 여러번, 그래도 결국 다가섰다.


어둠이 내려앉은 그곳에 나 홀로 서서 그 사람의 방을 올려다봤다. 불과 한 달전까지 그 사람과 함께 서 있던 위치였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위치였다. 또한, 내가 쳐다보는 그 공간은 우리가 함께 들어가 있었던 공간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우리는 어느 새 담벼락에 의해, 대문에 의해 나뉘어진 공간에 속해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한편으로 다음과 같이 생각했다. 그 사람의 방은 2층이었는데, 쉽게 올라갈 수 있는 높이였다. 나는 그 사람 집의 담벼락과 가스관을 이용하여 올라가고 있었다. 다 올라가 창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높지 않은 톤으로 그 사람의 이름을 부르며 창문을 열어달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 사람이 문을 열고 놀라며 나를 쳐다볼 때, 나는 말했다.


"마지막 인사 하러 왔어요. 안녕"


'안녕'이라는 말을 하자마자 가스관을 타고 다시 내려와 잽싸게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아니 그렇게 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 사람의 방이 보이는 위치에서 창문을 바라보고 있었을 뿐이다.


잠시 상상의 나래를 펼친 다음에 나는 친구들에게 향했다. 이제 진짜 마음정리를 다 했다고 생각했다. 그 상상 속에서 행한 '마지막 인사'를 '진짜 마지막'이라 다짐했다. 그래서 돌아갔다. 담배 한 대씩 다 피운 친구들에게로. 도착해서 말했다.


"가자"


친구들은 순순히 응했다. 하지만 운전은 내가 할 수가 없었다. 그 사람에게 속으로 마지막 인사를 하는 순간 심적인 고통이 마구 몰려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운이 없었다. 축 처져있었다. 친구는 나의 상태를 알았는지 순순히 운전대를 넘겨 받겠다고 말했다.


"내가 운전할테니까, 넌 옆에서 좀 쉬면서 가"


사실 내가 운전하고 싶었다. 운전하는 순간은 다 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혹시 '옆에서 자면 더 잊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문득 들어서 친구에게 그냥 순순히 넘겼다. 


"응, 미안한데 조금만 고생해줘"




ps. 올라가면서 새벽에 친구가 놀라서 소리를 지른 일이 있는데, 그것은 다음 이야기에 쓰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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