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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개미핥기 Jan 11. 2021

Moo'tice

#35, 인생의 비틀거림에서 벗어나기


친구한테 운전대를 넘기고 나는 조수석에서 눈을 붙였다. 한 녀석은 뒷자리에 앉아서 운전하는 친구와 한참 동안 시끄럽게 이야기 했다. 나는 그 이야기를 ASMR 삼아 듣다가 잠에 들었다. 많이 피곤했었는지 잠 자는 동안 꿈을 꾸지 않았다. 아니, 아주 푹 자서 꿈을 꿨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하지만 곧 이어 들려오는 자동차 클락션 소리에 잠에서 깼다.


시간을 확인하니 새벽 3시였다. 처음에 친구가 나에게 장난치려고 클락션을 울렸다고 생각했다. 한참 잘 자고 있었는데, 깨워서 나는 조금의 짜증이 났었다. 하루종일 운전한 것과 스트레스로 쌓인 피로로 인해 더욱 그랬다. 하지만 곧 친구가 왜 클락션을 울려댔는지 알 수 있었다.


바로 앞에 거대한 화물차 비틀거리고 있었다. 마치 술에 취한 사람이 갈지자로 걸어가는 것처럼, 그 차는 요리조리 왔다갔다 거렸다. 시속 100km가 넘는 고속도로에서 그 모습을 보니 긴장이 됐다. 잠에서 깬 나와 친구 두 명은 동시에 외쳤다. 


"미쳤나?"


처음에 음주운전인줄 알았다. 그래서 바로 경찰에 신고하려고 했다. 하지만 살펴보니 그 차는 음주운전이 아니라 졸음운전이었다. 그 차가 졸음운전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던 것은 친구가 클락션을 울릴 때마다 정상적으로 운전했기 때문이다. 그 운전자는 아침부터 새벽까지 운전을 하느라 피곤했을 것이다. 기존의 화물차들이 그러하듯이 말이다.


그 생각이 스쳐가니 측은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생계를 위해 발로 뛰는 그 모습에 말이다. 한편으로는 측은함보다는 위험함이 더 가깝게 느껴졌다. 당장 그 차가 뒤집어지면 우리도 쉽게 피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친구는 열심히 클락션을 울렸다. 그 사람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겠지만, 2차 사고의 위험성도 컸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낮이 아니라 시야가 극히 좁았고, 뒤에서 오는 차들도 그 속도가 제한 속도보다 현저히 높았다.


우리는 그렇게 그 차를 쫓아 뒤에서 10분 동안 달렸다. 집요하게 10분 동안 계속해서 클락션을 울렸다. 그 효과 덕분인지 그 운전자도 차를 세워야 한다고 생각했나보다. 화물차는 비상등을 키고, 속도를 서서히 줄여서 갓길에 차를 댔다. 화물차가 갓길에 차를 세우는 거까지 확인하고 우리는 다시 서울로 향해 달렸다. 


서울 근처에 다가와 나는 잠이 완전히 깼고 휴게소에 들러서 친구와 운전을 교대했다. 그리고 운전의 마무리를 내가 지었다. 친구들을 데려다 주고 나는 우리 아파트로 돌아와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그 생각의 중심은 '마지막'이었다. 더이상 어떠한 미련도, 생각도, 감정도 두지 않기로 했다. 덤으로 부산이라는 곳에 대하여 악감정이 들었다.


그 악감정이 드는 순간 아까 봤던 화물차가 떠올랐다. 비틀거리며 길 위를 달리는 그 차는 안전성이 없어보였고, 그 누구에게도 의지할 수 없는 존재 같았다. 물론, 뒤에서 그 차를 받쳐 주는 우리 같은 존재가 있다면 모를 일이지만, 앞으로는 없을 것 같았다.


내가 친구들에게도 자주하는 말이 있는데, '연애는 알아서'이다. 그런 말들로 무수한 소개팅 요청을 거부했고, 거절했다. 그 때문에 내게는 소개팅이 들어올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물론, 얼마 안 있어 지속적으로 들어오는 소개팅에 나는 놀랐고, 내 친구들의 존재가 고마웠다. 하지만 내게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모두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일들로 인해 악감정이 드는 순간 잠시 나를 되돌아봤다. '내가 잘한 것은 무엇인가?', '또한, 내가 못한 것은 무엇인가?' 이 두 가지 물음을 통해 나를 다시 탐색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날 준비를 해야겠다고 여겼다. 이 과정이 내 삶에서 빠진다면, 다시는 누구도 만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또한, 이 다짐이 끝나기 전까지 '나는 누구도 만나지 않겠다.'라는 선언을 했다.


그 선언 이후 2년이라는 시간을 나를 돌아보는데 사용했다. 그 후 1년 여의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리고 결국 내 인생의 짝꿍을 7년 만에 다시 만났다.




ps. 1부가 끝났다. 사실 긴 글도 아니라 1부랄 것도 없다. 그래도 무언가 종결지었다는 것이 뿌듯하다. 많은 분들이 보지 않는다고 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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