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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개미핥기 Jan 14. 2021

Moo'tice

#36, 나를 잊어버린 1년


그렇게 서울로 돌아온 후, 나의 삶은 어땠을까? '나'를 중심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려고 노력했다. 다른 사람을 우선 시 하던 나는, '나'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조금은' 이기적인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다. 힘든 일이었고, 쉽게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여전히 나는 직장 동료들과 농구를 하면 나의 아이스박스에 얼음과 음료로 가득채워 날랐다. 누군가 부탁을 하면 거절하지 않았다. 나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을 위해 먹거리를 사날랐다. 주기적으로 사나르는 이 먹거리 덕에 인기는 좋았지만, 수업의 질은 '글쎄'였다. 솔직히 학생들에게 미안했다. 제대로 된 수업을 전달하지 못 했기 때문에 말이다. 그런데도 나의 사무실에 찾아와 공부와 진로에 관해 상담하는 학생들에게 정말 고마웠다.


그 때문에 나의 사무실에 쌓여가는 것은 남들을 위한 먹거리뿐이었다. 처음에는 테이블에 과자와 커피를 쌓아놓는 일로 시작했다. 커피는 더치커피, 캡슐커피, 원두커피 세 종류를 비치했다. 그것도 모잘라 스틱커피를 종류별로 사서 채워넣었다. 이후에는 냉장고에 음료를 가득 채워넣었다. 종류별로, 초코우유, 딸기우유, 바나나우유, 쌍화차, 박카스, 오로나민C, 두유, 콜라, 사이다, 탄산수 등 하나의 냉장고에 다수의 음료가 채워졌다.


그리고 사무실을 개방했다. 언제나 열려있었다. 내가 없어도, 언제든지, 무엇이든지, 누구든지, 여유를 즐기고 배를 채우며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그 때문에 내가 내 사무실 문을 열고 놀란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심지어 내가 모르는 사람들도 내 방에서 쉬고 있었다. 하지만 곧 그들도 '아는 사람'이 되었다.


난 스스럼없이 낯선이들을 받아들였다. 나의 경계선에는 어떠한 색도 칠해져 있지 않았다. 단지, 투명한 선이 바닥에 그어져 있었는데, 누구도 그 선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했다. 누군가 그 선을 밟고 넘어오는 순간, 경고음이 내 머릿속을 강하게 때렸지만 모르는 척 했다. 하지만 '이성'이 그 선을 넘어오려고 한다면 강하게 밀어냈다. 그리고 그 대상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아직 나를 잘 모르겠어, 그래서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아."


또한, 소개팅이 주선되어 들어오면 강하게 나를 부정했다.


"나는 준비가 안 됐어. 나는 누굴 만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사람도 아니야. 그러니까 그 사람에게 죄 지으려고 하지말고 그런 시도조차 하지마."


하지만, 나는 나를 절대 돌아보지 않았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시간을 흘려보내길 원했다. 쓸데없는 대화를 통해 시간을 보내길 바랐고, 행했다. 결국 1년 동안 나는 나를 생각하지 않았고, 배려하지 않았으며, 챙기지 않았다. 그렇게 1년이 지났고 직장을 그만둘 시점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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