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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개미핥기 Jan 14. 2021

Moo'tice

#37, 부채의 사북자리에 서서


막상 다른 곳으로 뛰어들자니 고민이 많았다. 그 고민은 두 갈래인데, '새로운 길로 뛰어들 것이냐 아니면 기존에 하던 일을 계속할 것이냐.'이었다.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탐색을 했다. 다시 선택지는 세 가지로 나뉘었는데, '사업을 하느냐, 취업을 하느냐, 유학을 가느냐'이었다.


이 세 가지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무던히도 뛰어다녔다. 은사님들도 만나보고, 선배들도 만나보고, 친구들도 만나보며 무엇이 나에게 더 나은 선택일지 조언을 구했다. 그 중 대학교 때 은사님을 만나기로 했다. 은사님은 내게 공부의 길을 가르쳐주신 분이며, 내게 10년 동안 인문학 공부를 할 수 있게 길을 터주신 분이다.


우리 대학교는 자대 출신 교수님이 몇 분 안 계셨는데, 은사님은 그 중 한 분이시다. 곁에서 보면 '돈키호테'처럼 불가능에 도전하는 것처럼 보였다. 은사님은 가끔 무엇이든 다 때려부시는 불도저처럼 학회에서 달려드셨다. 무논리에 논리적으로 대응하며 약점을 파고들어 비난아닌 열렬한 비판을 가하셨다. 


사실 학회에서 행해졌던 그 모습을 보고 '내게 학회 발표는 참 어렵겠구나'라고 생각했었다. 다행히 은사님은 돈키호테처럼 쓸쓸함을 안고 학계를 떠나시지 않았다. 내가 대학교 때 뵈었던 모습 그대로 여전히 자대 연구소에서 소장님으로 일하시며 열심히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아가고 계셨다.


나는 은사님을 찾아뵙고자 우선 메시지로 연락을 드렸다. '선생님, 저예요. 잘 지내고 계시죠? 제가 선생님께 상담 좀 드리고 싶어서 연락드렸습니다. 그간 연락 못하다가 갑자기 불쑥 연락드려서 죄송해요. 그래도 선생님의 혜안이 필요해서 연락을 드렸습니다.'


선생님은 내가 보낸 메시지를 바로 읽으셨다. 그리고 바로 전화를 하셨다. 그 동안 내가 바빠서 연락을 못 드려서 그런지 그간 나의 일들이 궁금하긴 하셨나보다. 


"어, 반갑다야. 잘 지냈고? 무슨 일인데? 갑자기 고민섞인 말을 보내고 그래 걱정되게. 지금 어디야? 요새는 뭐하고 있어?" 


"아 선생님 잘지내셨죠? 오랜만에 목소리 들으니까 정말 반갑네요. 선생님의 혜안이 필요해서 연락드렸어요. 저 이번에 일을 관두고 나면 무엇을 할지 모르겠어요. 공부를 더 해야할지 아니면 다른 길을 가야할지, 너무 큰 고민이라 선생님께 상담받고 싶어서 연락드렸어요. 사실 작년에 사업을 한 번 시도해봤는데, 너무 재밌더라고요. 게다가 대학원에서 사람들과 네트워킹하는 재미에 맛들려서 홀로 공부하는 이 일을 꾸준히 할 수 있을지 너무 고민이 많아요. 또 요새 #난독증 이 너무 심해져서 책에 쉽게 집중도 못하겠더라고요."


"아 그래? 이건 전화로 이야기하는 것보다 얼굴보고 이야기하는게 낫겠다. 나 아직 학교 연구소에 있으니까 학교로 찾아올래? 이참에 이번 주 금요일 점심 어때? 오랜만에 만나서 밥먹고 이야기 좀 하자."


"네, 좋아요. 선생님, 제가 그러면 12시까지 학교로 찾아뵐게요. 그날 출발 전에 미리 연락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감사할 것까지야 있어. 금요일에 오기 전에 연락하고, 곧 보자."


"네, 선생님. 들어가세요! 감사합니다." 


은사님은 심각함을 느끼셨는지, 나의 상담요청에 바로 응해주셨다. 그리고 난 곧바로 대학원 선배에게도 연락을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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