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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개미핥기 Jan 15. 2021

Moo'tice

#38, 인생의 지도선배, 학문의 지도선배


선배는 내게 '지도선배' 같은 존재였다. 오히려 지도교수님보다 내 논문을 더 열심히, 열성적으로 봐주신 선배이다. 내 예비심사 때 자신의 일처럼 함께 밤을 새며 논문을 수정해주셨다. 그리고 내가 예비심사로 인해 몸이 안 좋을 때도 지속적으로 챙겨주며, 걱정하지 말라고 하던 선배이다. 또한, 본심사 때도 자신의 논문처럼 열심히 봐주셨다. 


사실 그렇게 남의 논문을 봐주는 일은 쉽지 않다. 생각해보면 후배의 논문을 수정해준다고, 후배의 논문이 정식적으로 게재된다고, 자신의 이름이 올라가지 않는다. 그런데도 선배는 나와 함께 밤을 새가며, 본심사가 있기 바로 직전까지 피드백을 주셨다. 나는 그렇게 수정에 수정을 가하여, 결국 학위논문을 통과시킬 수 있었다. 선배 덕분에 내 이름이 찍힌, 세상에 '단 하나'뿐이며 더 없을 논문을 써낼 수 있었다.


선배는 그 이후에도 나를 지속적으로 챙겨주셨다. 가난한 대학원 생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며, 친절히 밤을 열심히 새라고 커피 원두도 직접 사다주셨으며, 내가 더치커피를 좋아하는 것을 알고 원액도 사다 주셨다. 그 은혜는 아직도 태산처럼 쌓여있어, 무엇을 해드려야 할 지 모르겠다. 아, 선배는 아직도 책이 나오면 '국문과 석사생이면 적어도 이건 읽어봐야지'라며, 자신의 책 맨 앞에 나의 이름과 응원을 함께 적어 전달해주신다. 그 관심이, 그 챙김이 내게 '인문학'이라는 것을 놓지 못하게 하는 끈이 되고 있다.


이렇게 큰 은혜를 받은 선배에게 조언을 얻고자 말씀드리면, 항상 선배는 직설적으로 내뱉었다. 오히려 돌려 말하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도움이 됐다. 그래서 선배에게 메시지로 연락을 먼저 드렸다. 


'선배, 조언을 구하고 싶습니다. 오랜만에 식사하면서 이야기 좀 들어주세요.'


선배는 내가 보낸 메시지를 읽자마자 바로 답장했다. 


'이번 주 일요일 오전 시간 돼?' 


그 당시 주말은 환자처럼 침대에서 요양만 하고 있던터였다. 그즈음 주말에 나는 하루종일 침대에 누워 노트북에 연결된 듀얼 모니터로 예능, 드라마, 영화를 봤다. 일어나지도 않고 12시간을 줄창 화장실도 가지않고 본적도 있다. 사실 그것들이 재밌어서 봤다기 보다는 의욕이 없었다.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밥도 먹지 않았고, 심지어 물도 마시지 않았다. 손하나 까딱 안하고 그냥 눈만 굴리며 바보처럼 화면을 쳐다봤던 때였다. 그래서 곧바로 답장할 수 있었다. 


'네! 당연히 됩니다. 선배가 장소만 지정해주면 가겠습니다.'


나는 선배에게 장소를 요청드렸다. 선배는 미식가여서 한창 맛집을 찾아다닐 때였다. 그래서 내 입맞보다는 선배의 입맛이 대중적이며 동시에 고급스러웠다. 그 요청 후 속으로 '이번에는 내가 꼭 밥을 사겠다'라는 다짐을 했다.


'알겠어. 그럼 내가 알아보고 토요일에 장소 알려줄게.'


그렇게 내가 가장 믿고 의지하는 두 분에게 내 미래를 걸었다.




ps. 두 분은 내게 상반된 의견을 제시해주었다. 그리고 그 중 한 가지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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