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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개미핥기 Mar 02. 2021

Moo'tice

#50, 중식당 또한 심상치 않다

 인사하고 돌아서서 중식당으로 향했다. 중식당 앞에 서서 들어갈까 말까 잠시 고민했다.  그 고민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을까?' 잠시 생각해 보니, 서점에 두고 온 미련 때문인 듯했다. 그 서점의 큐레이팅이 너무 멋있어서 잠시 넋을 잃었던 것, 그 넋을 되찾아오는 시간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난 후, 중식당의 문을 힘껏 열었다. 가득 찬 인파가 한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가득 찬 인파 사이로 한 직원이 다가와서 물었다.


 "몇 분이세요?"


 나는 그 질문에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요새 가게 직원이나 주인분들은 다 목소리가 이렇게 좋아야 할 수 있나?'라는 생각이 순간 스쳐 지나갔다. 그 직원분은 여성이었는데, 청아한 목소리가 내 귀를 후려쳤다. 그 소리가 한 귀로 들어왔다 한순간에 한 귀로 흘러나갔다. 그런데 목소리 덕분에 정신이 너무 상쾌해졌다. 오염된 내 정신을 맑게 해주는 느낌이 들었다.


 "아.. 아.. 2명이요. 아니, 예약했다고 하네요."


 갑자기 머리가 멍해져서 말을 더듬은 후, 예약한 선배의 이름을 댔다. 직원분은 미리 지정된 자리가 있다는 듯이 나를 데리고 갔다. 그 동작에는 머뭇거림이 묻어나지 않았다. 마치, 일행이 먼저 와 있다는 듯이, 난 이미 이 자리를 한 번 안내했다는 듯이, 그렇게 나를 자리로 이끌어 갔다. 


 하지만 생각과 달리 자리에는 아무도 없었다. 선배는 커녕 잘 세팅된 식기만이 나를 반겨줬다. 선배가 앉을 자리를 미리 생각해놓고 불편한 자리에 자청해서 앉았다. 내가 고른 자리 뒤에는 덩치 큰 남자분이 앉아계셨는데, 의자를 뒤로 쭉 빼고 나의 영역까지 침범해 있었다.


 나는 쉽사리 의자를 꺼내 나의 영역을 확보하지 못했다. 낑낑거리며 의자를 빼는 나의 모습이 안쓰러웠던지, 덩치 큰 남자분의 맞은편에 있던 여성분께서 앞에다가 손짓을 했다. 그 손짓에 덩치 큰 남자분은 잠시 놀란 듯했다, 뒤를 돌아 나를 쳐다봤다. 그러면서 한 마디 했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제가 좀 덩치가 크죠? 미안해요. 편하게 앉으세요!"


 '생각과는 다른' 그 덩치 큰 남자분의 과도한 매너에, 나는 헛웃음을 칠 수밖에 없었다. 아직도 사람을 겉으로 판단하는 버릇이 남아있던 것이다. 나는 그 과도한 매너에 웃으며 대답했다.


 "아니에요! 자리가 비어 있었으니까 그럴 수 있죠! 감사합니다."


 그렇게 잠시간의 해프닝이 발생한 후, 이제야 생긴 내 자리에 착석하여 핸드폰을 들여다봤다. 아직 선배에게는 연락이 없었다. 대신 아까 선배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먼저 메뉴 보고 주문해도 돼.' 그 말을 실행시키기로 결정했다. 메뉴판을 열어 식사 메뉴를 골랐다.


 가장 기본적인 짜장면 종류부터 짬뽕 종류까지 고르게 찾아보고 있었다. 만만한 단일 식사 메뉴를 고르는 중이었다. 가격대는 다행히 만원 내외라서 부담 없이 주문할 수 있는 범주에 있었다. 메뉴판을 넘기다가 요리 메뉴가 적힌 부분을 봤는데, 입을 떠-억하고 벌릴 정도의 값이었다. 일반 요리에 비해 적게는 4배, 많게는 6배에 이르렀다. 감히 나는 쳐다도 볼 수 없는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와 같은 가격대를 보고 나니, 나는 저렴하고 부담도 없는 '간짜장'을 골랐다. 막 주문하려고 벨에 손을 올린 순간, 아까 그 직원과 함께 걸어오는 선배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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